'출전시켜도 걱정, 출전시키지 않아도 걱정'. 아마추어 초청팀 한국전력과 상무와 경기를 앞둔 프로배구 각 구단들의 공통적인 딜레마는 바로 외국인 선수 출전이다. 이번 NH농협 2007-2008 V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전과 상무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배구연맹(KOVO)는 세트별로 용병 출전을 1~3세트에 1차례, 4~5세트에 1차례로 줄일 것을 나머지 4개 구단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직 용병을 구하지 못한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대한항공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용병 출전 제한이 규정에 명시화되지 않은 탓이다. 연맹은 각 구단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을 뿐 반드시 지킬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이기기 힘든 경기를 해야 하는 한전과 상무의 푸념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들의 적극적인 투지와 단 한 세트라도 따내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더욱 맥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전과 상무는 프로팀과 맞대결에서 쉽게 패하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던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상무는 상대 공격수 안젤코가 매세트 등장했음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첫 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26-24로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최종 결과는 삼성화재의 3-1 역전승이었지만 V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만만찮은 저력을 발휘한 상무의 투지는 충분히 칭찬해 줄만 했다. 한전도 1라운드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바로 여기서 프로팀의 고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가 있어도 이처럼 비등한 경기를 할 정도인데 막상 제외하면 결과를 더욱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용병 출전을 선뜻 제한하기 어렵다. 박빙의 승부를 치러가며 플레이오프 출전권과 챔프 진출권을 가져가야 하는 프로팀의 입장에서 볼 때 용병 투입은 필수불가결하다. 연맹의 제안을 그대로 따랐다가 자칫 혼쭐나는 상황을 맞이해도 결국 그 모든 책임은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배구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를 제한하자니 프로팀이 울고, 그대로 두자니 초청팀들이 울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뭔가 뚜렷한 방책이 없는 한 용병 출전을 놓고 매 시즌 갈등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2005년 출범한 V리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삼성화재 안젤코-대한한공 보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