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이현민, 2년차 시즌서 '고군분투'
OSEN 기자
발행 2007.12.20 08: 46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스포츠에서는 데뷔 첫 해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2년차 시즌 때 부진한 경우를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라 일컫는다. 프로선수들에게 2년차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특히 데뷔 첫 해 뚜렷한 실적을 보여준 선수라면 더욱 높아진 기대치와 눈높이를 총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역대 프로농구 신인왕 출신들은 대체로 2년차 징크스를 잘 비켜갔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창원 LG 이현민(24·173cm)도 2년차 시즌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 2006~2007 신인왕 이현민 이현민은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로부터 지명됐다. 지명 당시에는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이현민은 군산상고-경희대 시절 줄곧 같은 포지션의 1년 선배 정재호(오리온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선수였다. 작은 신장과 충분하지 못한 기회로 인해 스포트라이트와는 항상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경희대 4학년 때 마침내 주전 포인트가드로 발돋움, 귀화파 김민수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이현민에게는 정재호가 가지지 못한 빠른 스피드와 골밑으로의 패스 능력이 있었다. 이현민은 지난 시즌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작은 신장에도 코트를 빠르고 활기차게 누비는 모습이나 외국인선수들에게 띄워주는 고공패스는 김승현(오리온스)의 데뷔 시즌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현민도 김승현처럼 신장은 작지만 스피드를 앞세워 공수 양면에서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김승현이 현란한 패스워크와 폭발적인 속공 전개능력으로 자신을 어필했다면, 이현민은 정확한 중장거리슛과 강력한 앞선 수비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 또한,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농락하는 모습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현민도 큰 선수 앞에서 슛 던지기를 꺼려하지 않는 대담함을 지녔다. 지난 시즌 이현민은 LG에서 유일하게 전경기(54경기)에 출장, 평균 8.1점·3.6어시스트·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은 경기당 평균 1.41개를 터뜨리며 3점슛 성공률 42.7%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 부문 전체 6위. 자유투 성공률도 87.1%로 전체 4위였다. 지난 시즌 준수한 신인선수들이 적잖게 등장했지만, 신인왕은 이현민의 몫이었다. 박지현과 함께 포인트가드 자리에서 시간을 양분해 개인기록은 높지 않았지만 공수양면에서 내실 있고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승부처에서 한 방을 터뜨리는 빅샷, 퍼비스 파스코와의 콤비플레이도 이현민의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이현민의 신인왕 수상은 곧 새로운 단신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 2년차 이현민 2년차가 된 이현민은 올 시즌에도 역시 24경기에 모두 출장하고 있다. 기록은 평균 8.1점·4.9어시스트·2.9리바운드. 3점슛은 경기당 평균 1.33개를 넣고 있으며 3점슛 성공률은 39.5%를 기록 중이다. 득점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3점슛이 지난 시즌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어시스트 수치는 더 올라갔다. 반면 자유투 성공률은 73.7%로 크게 떨어졌다. 기록상으로는 지난 시즌과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현민은 어려운 조건에도 고군분투하며 팀을 지탱하고 있다. 무릎 부상을 당한 박지현의 장기간 결장으로 홀로 포인트가드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지만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이현민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5.9분을 소화하고 있다. 안양 KT&G 주희정(36.5분), 인천 전자랜드 테런스 섀넌(36.2분), 서울 SK 방성윤(36.1분) 다음으로 많은 출전시간이다. 경기당 평균 25.5분을 뛴 지난 시즌보다 무려 10분 이상 더 많이 뛰고 있다. 특히 박지현이 부상으로 결장한 이후 11경기에서 무려 40.2분이나 뛰었다. 7차례 풀타임 출장 포함 최근 11경기 연속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마크했다. 특히 2차례 연장전에서 각각 45분·5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체력을 소모했다. 계속된 풀타임 출전으로 최근에는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없지 않다. 최근 3경기 야투성공률이 15.4%로 추락한 것도 소모된 체력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현민은 기록으로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지난 시즌 그 이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대로 빠른 스피드와 부지런한 발로 상대 포인트가드를 묶고 끊임없이 골밑 도움수비를 들어가고 있다. 공격에서도 슛의 날카로움이 무뎌졌지만 패스의 손끝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지난 16일 KT&G전에서 1차 연장 종료 직전 캘빈 워너에게 노룩 앨리웁 패스를 띄워 동점 덩크슛을 이끌어내는 등 대담한 플레이는 여전하다. 어시스트 수치는 토털농구를 추구하는 LG 팀컬러 특성상 수치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LG를 이끄는 리딩 플레이어가 이현민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현민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가드가 부족하다는 게 아쉬움. 업무를 분담하며 장기인 슛을 살릴 수 있었던 상호보완 효과를 낳은 박지현이 그리운 상황이다. LG는 박지현이 지난달 21일 전주 KCC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11경기에서 5승6패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5승 중 3승을 선두권의 KT&G와 원주 동부에게 거둔 것이라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 중심에 LG를 이끄는 이현민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현민에게 2년차 징크스는 말 그대로 징크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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