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좌'를 향한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혁명가' 김택용(18, MBC게임)이 스타리그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다시 기지개를 켰다.
김택용은 12월 현재 KeSPA 스타크래프트 부문 랭킹에서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특급선수. 김택용은 연습실에서도 성실하고 꾸준하기로 소문난 선수로 지난 3월 2006시즌 최고의 선수로 추앙받던 마재윤을 3-0으로 격파하면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당시 김택용의 예상 승리 확률은 2.69%. '프로토스의 재앙'이라 불리는 마재윤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의 첫 번째 도전을 성공하며 '혁명가'로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장상에 오른 이후 무결점의 총사령관이라 불리던 송병구마저 지난 7월 열렸던 MSL 시즌2 결승전에서 연파하며 강력한 '본좌'후보로 급부상했다. 이 모든것이 평소 자기 관리에 충실했던 모범생이라는 주위의 평판을 입증한 성과였다.
11월 당시만 해도 '마에스트로' 마재윤(20, CJ)의 뒤를 잇는 가장 강력한 '본좌' 후보였다. '본좌'란 카리스마 있는 사람 또는 숭배를 받는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말로 김택용은 e스포츠 역사상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에 이어 5번째 '본좌'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개인리그 뿐만 아니라 예전의 제 기량을 발휘 못했던 프로리그서도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가장 까다롭다고 말하는 팀플레이 부문을 후기리그 중반 책임지며, MBC게임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비록 지난 11월 17일 박성균에게 '곰TV MSL 시즌3' 결승전에서 무너지며 최연소 우승 타이틀과 프로토스 최초 MSL 3연속 정상 도전에 실패했지만 스타리그 8강전서 마재윤에게 역전승을 거둘때 만해도 김택용은 여전히 강력한 '본좌' 후보였다.
그러던 그가 12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프로리그 르까프전 구성훈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스타리그 4강전서 '사령관' 송병구에게 0-3를 완패를 당한 것. 가장 강력한 차기 '본좌' 소리를 들었지만, 그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하며 제 자리를 찾지못했다. 머릿속의 생각이 복잡해지자 신체 균형도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었다.
스타리그 3, 4위전이 끝나고 MBC게임 숙소에서 만난 김택용은 12월초에 부진했던 것에 대해 허심탄회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성균 선수에게 패배가 정말 큰 아픔으로 다가왔었다. 승리라는 두 글자만을 생각해서 그 패배는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마)재윤이형을 만난 8강전도 사실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이기기는 했지만 MSL 결승전에서 패배의 여파는 컸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됐다. 내심 기대했던 3연속 우승의 좌절과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자책감이 크게 심리적으로 부담됐다."
이어 그는 "성적 부진에 대해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송)병구형과의 4강전은 3, 4위전에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준비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김택용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팬들과 나를 위해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MBC게임 김혁섭 코치는 "지금이 (김)택용이에게는 중요한 시기다. 본인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 대견스럽다"면서 "최근 부진이 큰 약이 됐다"면서 제자 김택용을 격려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본좌'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아무나 '본좌'의 명예를 갖지 못했다. 그만큼 '본좌'라는 칭호는 명예로운 것이다.
만약 김택용이 다시 예전 기세를 찾는다면 강력한 '본좌' 후보임은 두 말 할 여지가 없다. "시련 없는 생활이야말로 최대의 시련이다." 는 말처럼 큰 아픔을 겪은 그가 시련이라는 아픔을 벗어던지고 더욱 진화한 모습을 경기장에 선다면 '본좌'라는 두번째 거대한 목표도 그리 멀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김택용이 차기 시즌에서 기대대로 본좌 반열에 오른다면 역대 e스포츠 사상 임요환(2001년), 이윤열(2003년), 최연성(2004년) 마재윤(2006년)에 이어 5번째 '본좌'로 등극하게 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