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최초로 시도된 채널CGV의 TV영화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이하 8일)’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제작 초기부터 케이블 사상 최고의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던 ‘8일'은 얼마 전 한국방송비평회에서 주관하는 제2회 좋은 방송프로그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케이블 TV영화의 새 지평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은 채널CGV가 오랜 기획 끝에 야심차게 내놓은 TV 영화다. TV영화란 극장에서 상영할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와는 달리 TV 방송용으로 제작이 된 컨텐츠. 감독은 물론 모든 스태프가 영화 제작진들로 구성되어 그 완성도가 극장 상영용 영화와 차이가 없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등을 연출한 박종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촬영, 조명, 미술, CG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영화 스태프가 참여했다. 그 결과 화려한 영상미와 빠른 스토리 전개를 보이며 TV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 케이블 컨텐츠 최초의 장대한 제작비와 스케일 ‘8일’은 총 제작비 40억원이 투입, 편당 제작비 4억이 소요된 케이블 컨텐츠로서는 가장 큰 액수가 투자된 작품. 그 동안 케이블 TV 에서는 자체제작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사갑연(죽은 뒤 맞이하는 회갑)을 맞이하여 화성으로 원행을 떠나는 8일 동안 벌어지는 암살 음모를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 한양에서 화성까지 이어졌던 원행 행렬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한 한강을 건너기 위해 정약용이 건설한 배 다리 장면과 정조를 암살하기 위한 노론당 및 문인방파와의 치열한 사투가 화려한 액션으로 부활했다. 역사 인물의 새로운 해석 ‘8일’은 최근 봇물 터지듯이 선보여 진 정조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과거,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많은 정조 이야기와는 다소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 중심축은 바로 혜경궁 홍씨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비춰진 혜경궁 홍씨와는 달리 ‘8일’의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정조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한 그녀는 드라마가 전개되는 동안 사도세자의 죽음을 놓고 아들인 정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아닌 정치적 라이벌 관계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시도는 역사 인물인 혜경궁 홍씨의 본 모습이 과연 어느 쪽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내용뿐만이 아닌 시청률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냈다. 10회 평균 시청률은 1.616%. 그간 케이블 컨텐츠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어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도 케이블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