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28, 풀햄)에게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가 주어질까. 최근 설기현의 마음은 영 개운치 않다. 레딩서 활약한 지난 시즌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엄습하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설기현은 요즘 치열한 생존경쟁서 조금 밀려난 듯한 분위기다. 로리 산체스 감독은 설기현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컨디션도 좋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출전 기회를 좀처럼 잡기 어렵다. 얼마 전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들의 플레이와 몸상태를 점검한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도 "(설)기현이의 몸은 괜찮은데 이상하리만치 기회가 안온다"고 안타까워했다. 설기현은 지난 주말 홈구장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에 교체 멤버로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지만 90분 내내 벤치만 달궜다. 그나마 주어지던 출전 시간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몸이 풀리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설기현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또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또다른 공격수 조재진에 대해 산체스 감독이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산체스 감독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반박한 적이 없다. 한 팀에 포지션이 겹치는 같은 국적의 외국인 선수를 2명 보유하기에는 산체스 감독으로서도 부담스럽다. 당연히 누군가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 설기현이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강등권을 맴돌고 있는 풀햄의 성적도 설기현을 침울하게 만든다. 뉴캐슬전 0-1 패배로 인해 풀햄은 2승7무8패의 전적으로 어느덧 강등권인 18위에 처져 있다. 풀햄의 뒤에는 위건 애슬레틱과 더비 카운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만약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풀햄은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레딩을 떠나 풀햄으로 이적한 설기현으로서는 설사 팀에 잔류하더라도 또 한 번의 기약없는 2부리그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전확보와 팀 잔류, 강등권 탈출이라는 사명을 짊어진 설기현은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각오로 23일부터 본격 시작될 '박싱 데이' 기간의 숨가쁜 스케줄에서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