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코나미컵의 치욕을 되갚을까. 지난 2006년 11월 11일 일본 도쿄돔. 한국 챔피언 삼성과 대만 챔피언 라뉴는 코나미컵 결승 진출권을 놓고, 예선 최종전에서 맞닥뜨렸다. 두 팀은 일본 챔피언 니혼햄에 나란히 패했지만 중국 대표팀을 누르고 1승 1패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양 팀 공히 이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기에 삼성은 브라운(현 LG)을, 대만은 우쓰요우(현 지바 롯데) 등 에이스급을 등판시켰다. 특히 선동렬 삼성 감독은 경기 전부터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 여기고 임하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라며 부담감을 토로한 승부였다. 삼성은 4회초 양준혁의 선제 2점포로 앞서나갔으나 곧이은 4회말 라뉴의 3~4번 린즈성-천진펑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다. 그리고 6회말, 브라운에 이어 구원 등판한 임창용(현 야쿠르트)이 린즈성에게 도쿄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초대형(추정 비거리 140m) 역전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 삼성은 끝내 라뉴의 불펜진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2-3으로 패배했다. 당시 대만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대만 야구의 역사적 승리'를 헌납한 순간이었다. 이에 비해 코나미컵 무용론을 제기했던 선 감독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이 패배의 기운은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의 참사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 여가 흐른 2007년 12월 21일, 대만은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궈타이위안의 후임으로 홍이중 라뉴 감독을 선출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만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을 책임지게 된 홍이중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 운용을 총괄하는 선동렬 수석코치와 다시 조우할 것이다. 선동렬의 지키는 야구가 홍이중의 공격야구에 설욕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8개국이 참가하는 세계예선전은 3등 안에만 들어도 본선 티켓이 주어지지만 한국이 홈팀 대만을 반드시 꺾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