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행보' LG, 질주의 2008년 준비
OSEN 기자
발행 2007.12.22 08: 28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 트윈스에 포스트시즌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괴리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룹 창립 60주년이던 올해, LG는 4차원의 벽을 반쯤 허물었다. 올 시즌 LG는 58승6무62패, 승률 4할8푼3리를 기록했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승률이었으며 순위도 지긋지긋한 6위의 벽을 넘어 5위로 뛰어올랐다. 백짓장 한 장 차이가 좌우하는 프로무대에서 벽을 넘어선 한 단계 도약은 쾌속 질주의 시작을 의미한다. LG에게 2007년이 도약의 해였다면 2008년은 질주의 해가 되어야하는 것이다. 기대대로 LG는 8개 구단 중 가장 빠르게 2008년 준비에 들어갔다. ▲ 가을캠프 LG는 페넌트레이스를 마치자마자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마무리캠프에 돌입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10월20일, 호주로 떠나 11월25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마무리캠프를 치렀다.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10시까지 식사시간 외에는 모두 훈련으로 스케줄을 채운 지옥훈련이었다. 특히 김재박 감독이 캠프를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0월 LG에 취임했지만 도하 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맡아 팀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희미해지는 순간부터 혹독한 가을캠프를 구상했다. 김 감독은 가을캠프를 통해 선수들을 파악하고 기본기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기존의 ‘김재박 야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올해 LG는 기존의 김재박 야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올 시즌 LG의 희생번트는 89개로 8개 구단 중 4번째였다. 타격이 약한 LG에서 희생번트가 더욱 많이 나오리라 예상됐으나 결과는 달랐다. 김 감독이 선수들을 믿지 못했으며 선수들도 김 감독의 의중을 따라주지 못했다. “LG 선수들은 야구를 너무 모른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위주의 야구를 한다. 번트처럼 희생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반면 실책은 94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자신의 야구를 ‘수비야구’라고 칭한 김 감독의 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실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기본이 되는 야구를 하는 김 감독에게 LG 선수들은 한참 부족했다. 4강 여부를 놓고 살얼음 경쟁을 벌인 8월 중순부터 계속된 실책 퍼레이드는 지난 몇 년간 침체된 LG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었다. 김 감독은 “근성을 말하기 전에 선수들 실력이 모자란다”며 LG의 현실을 따금하게 지적했다. 김 감독은 “기량이 어느 정도 닦아져 있어야 근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야구를 할 때 뭐가 필요한지를 모른다. 경기에 들어가서 해야 할 플레이를 모르니깐 팀워크도 자연스레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LG는 최소한의 실력으로 최대한의 근성을 발휘했다. 올 시즌 LG는 역전승이 28승으로 SK(33승)-한화(29승) 다음으로 많았다. 역전승 비율은 48.3%로 당당히 전체 1위였다. 대대적인 팀 개편 이후 선수단 내부에 분 체질개선 바람의 효과였다. 덕분에 LG는 가을캠프에서 근성보다는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 전력정비 LG는 시즌이 완전 종료된 이후 전력을 정비하는 데도 힘썼다. FA(프리에이전트)였던 조인성·최원호·류택현을 모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전포수 조인성의 잔류가 매우 고무적이었다. LG는 조인성과 4년간 최대 34억 원이라는 역대 FA 포수 최고액에 계약했다. LG는 조인성을 제외하면 마땅한 포수 대안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시대에서 조인성만한 포수를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과거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푸대접으로 많은 팬들의 반발을 산 LG로서는 조인성을 잡은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선발 요원 최원호와 왼손 스페셜리스트 류택현의 잔류도 LG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였다. 연봉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1일 현재 LG는 2008년 연봉 재계약 대상자 49명 가운데 이대형과 김민기를 제외한 47명과 계약을 완료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연봉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병규가 떠나며 LG의 ‘간판타자’ 자리를 물려받은 박용택은 1억8000만 원에 군말없이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충분한 인상 요인에도 최하위라는 팀 성적에 책임감을 느끼며 1000만 원이라는 소폭 인상으로 백의종군한 박용택은 올 시즌 기대치를 다소 밑돌자 연봉협상에서 별다른 잡음을 보이지 않으며 간판타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해 30세이브를 올린 우규민은 팀 내 최고 인상률(80.0%)을 기록하며 9000만 원에 2008년 연봉을 계약했다. 외국인선수 선발도 8개 구단 중 가장 빨랐다. 외국인타자 페드로 발데스와 재계약을 포기한 LG는 21일 2008년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확정했다. 먼저 올해까지 2년간 삼성에서 활약한 제이미 브라운을 영입했다. 찰스 스미스, 매니 마르티네스, 팀 하리칼라에 이은 역대 4번째 LG가 수입한 ‘삼성표’ 외국인선수다. 그리고 대체 외국인선수로 올 시즌 중반 LG에 합류한 크리스 옥스프링과의 재계약을 확정지었다. 투수·타자 1명씩으로 시즌을 꾸린 올해와는 사뭇 다른 결정이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시즌 막판 “외국인선수를 투수만으로 뽑을 수도 있다. 생각 중이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 유망주 가을캠프, FA, 연봉협상, 외국인선수 등 전력정비 면에서 LG는 8개 구단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차이를 보이며 비교의 대상이 된 ‘옆집’ 두산이 올 겨울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FA 시장에서 공세를 퍼부었고 올해에는 발빠른 내부 단속과 훈련으로 2008년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제 팀을 떠났지만 철저하게 실력지상주의에 따라 고액연봉자임에도 불구하고 전력에서 배재된 마해영과 진필중, 고액연봉자는 아니지만 경쟁에서 승리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최동수와 이종렬의 비교체험 극과 극은 2007년 한 해 겉멋 든 젊은 선수들에게 체질개선의 효과를 낳았다. LG는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결정함으로써 타선의 약화가 불가피해진 것이 사실이다. 장타와 수비의 부재를 이유로 내보낸 발데스는 올 시즌 LG에서 가장 많은 볼넷(70개)과 출루율(0.381),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은 홈런(13개)과 타점(72개)을 기록한 타자였다. 그러나 발데스의 대체재를 구하지 않음으로써 타선의 공백이 커진 게 사실이다. 올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최동수가 2008년에도 활약을 이어갈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유망주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김 감독이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로 결정할 수 있었던 데에도 유망주들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2008년 질주의 근원은 이제 젊은 유망주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올 시즌 LG에는 투타에 걸쳐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젊은 선수들이 성장을 거듭했다. 마운드에서는 우규민, 타선에서는 이대형이 대표적이었다. 실질적인 풀타임 주전 첫 해 당당히 3할 타율을 친 이대형은 내년에는 두산의 이종욱이 올해 보여준 것처럼 더욱 완성도 높은 선수가 되는 것이 과제다. 김재박 감독은 “박용택을 제외하면 대다수 젊은 선수들이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소화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팀플레이나 야구센스가 모두 일정 수준 올라왔다”며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대형을 비롯해 박경수·이성렬은 김 감독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외국인선수 가세로 마운드가 강화된 만큼 이제는 야수 유망주들이 2008년 질주를 향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김 감독이 꼽는 2007년의 성과는 2008년 성공을 향한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