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0돌을 훌쩍 넘긴 한국 프로축구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해왔고, 무수한 영웅들을 탄생시켰다. 한 살 터울 라이벌 김병지(37)와 최은성(36) 또한 K리그의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주역이다. 이들은 결코 없어선 안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골키퍼를 맡고 있다. 축구인들은 골키퍼를 가장 외로운 자리라고 부른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역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고독한 위치다.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은 포지션. 하지만 팀 승리에 공헌하지 못해도 패배를 막아내는 매력적인 포지션이기 때문에 김병지와 최은성은 골키퍼를 포기할 수 없다. 지난 1992년 울산 현대에 입단한 김병지는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올 시즌까지 벌써 16년째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병지는 올해 기록인 38경기를 포함해 그간 총 465경기에 출장해 463골을 실점했다. 경기당 1실점이 안되는 놀라운 기록이다. 득점도 3골이나 했다. 프로 데뷔 3년 만인 95년 6월 코리아컵 대표팀에 선발돼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병지는 꿈의 무대 월드컵에만 두 번이나 출전했다.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 대회에 나간 것도 물론이다. 김병지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는 덜 받았지만 최은성도 놀라운 기록의 소유자다. 97년 대전 시티즌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최은성은 올 시즌까지 364경기를 소화했다. 대전의 산 증인인 셈. 최은성은 그간 452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이 약간 많지만 워낙 약했던 팀 전력상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최은성에게도 대표팀 경력이 있다. 2001년 LG컵 이집트 대회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최은성은 2001 대륙간컵을 거쳐 2002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비슷하고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 김병지와 최은성은 다가올 2008시즌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벌써 축구 선수 나이로 환갑이 지났지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들에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골키퍼로서 꼭 필요한 주특기인 순발력이나 판단력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 관리 능력에서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김병지와 최은성의 목표는 간단하다.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몫을 하자는 것. 각각 500경기 및 400경기 출전 기록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은퇴 시기도 불분명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FC서울 귀네슈 감독이나 김호 대전 감독도 좀 더 선수 생활을 잇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하는 김병지와 최은성.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의 전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더없이 흥미롭기만 하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