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선수들로 라인업을 짠다면?
OSEN 기자
발행 2007.12.22 15: 0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겨울 프로야구는 유난히 춥다. 현대 유니콘스 문제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각 구단도 긴축 재정을 표방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례없는 방출 칼바람이 일어났다. 프로무대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 신고선수와 같은 초년생들의 방출은 애석하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왕년에 명성을 떨친 스타선수들과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대거 방출 명단에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몇몇 선수들은 미련없이 은퇴했지만 다수의 선수들은 여전히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이라면 그들로 아예 한 팀을 꾸려도 무방할 것이다. 은퇴했거나 새 팀을 구하지 못한 방출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해본다. ▲ 마운드 방출팀에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원투펀치가 있다. 바로 ‘92학번 쌍두마차’ 임선동과 조성민이다. 임선동과 조성민이 얼마나 유망하고 유명했는지는 너무도 잘 알려져있다. 두 선수 모두 ‘제2의 선동렬’이라는 투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를 함께 공유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입질을 받은 것도 한국야구에는 의미하는 바가 컸다. 임선동은 1996년 다이에(현 소프트뱅크) 입단 직전까지 갔고, 조성민은 같은 해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조성민은 입단 3년째였던 1998년 1군에 진입, 전반기에만 7승6패 방어율 2.75라는 호성적을 올리며 차세대 거인 에이스로 주가를 올렸다. 7승 중 6승이 완투승이었으며 그 중 4승이 또 완봉승이었다. 방어율도 센트럴리그 전반기 전체 1위. 올스타 발탁은 당연한 일이었다. 임선동도 법정소송까지 가는 파문을 벌인 후 일본 대신 LG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계약금 7억 원은 당시 기준으로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이었다. 임선동은 현대 이적 2년째였던 2000년 다승(18승)·탈삼진(174개) 타이틀과 함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전성기를 열었다. 임선동이 전형적인 파워피처라면 조성민은 힘과 기교를 두루 갖춘 투수로 원투펀치로 제 격이라 할 만하다. ‘원투펀치’ 임선동-조성민을 필두로 방출팀 선발진은 위재영-박지철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위재영은 1990년대 두 자릿수 승리를 3시즌이나 올린 투수였다. 1995년 태평양 입단 후 5년간 49승 방어율 3.32을 기록했다. 1994년 고졸신인으로 롯데에 입단한 박지철도 1997년 14승, 2001년 13승을 올리며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불펜은 김해님-오상민-진필중 등으로 꾸릴 수 있다. 특히 중간계투 오상민과 마무리투수 진필중은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면 필승카드가 될 수 있다. 오상민은 2001년 SK에서 7승6패10세이브9홀드 방어율 3.57로 활약했다. 1999년 구원왕에 빛나는 진필중은 통산 191세이브로 이 부문 역대 통산 3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 타선 방출팀의 클린업 트리오가 만만치 않다. 마해영은 전성기 시절 최고의 오른손 거포 겸 4번 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마해영은 이승엽-타이론 우즈와 함께 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3명의 선수 중 하나이다. 통산 타율 2할9푼5리는 역대 14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며 통산 홈런 258개도 역대 6위에 해당한다. 통산 타점도 995개로 역대 전체 4위. FA 계약 이후 장기 부진에 빠졌지만 이전까지 마해영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마포’였다. 이외 강혁·조경환이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강혁과 조경환은 프로에서는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으나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이중계약 파문과 늦춰진 프로 데뷔가 아니었더라면 이들이 프로에서 남긴 성적은 더욱 화려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테이블세터는 김대익과 김종훈으로 구축할 수 있다. 김대익은 롯데가 전준호를 자신있게 내보낸 이유였다. 그러나 롯데에서 김대익은 1998년 기록한 2할9푼2리가 최고타율이었다. 하지만 통산 타율은 2할7푼으로 썩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2005년에는 주로 대타 요원으로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했다. 왼손 타자라는 점도 이점이다. 김종훈은 2번 타자로는 더없이 중용할 수 있는 선수다. 통산 타율은 2할5푼3리밖에 되지 않지만, 선수생활 내내 뛰어난 팀 배팅과 작전 수행능력으로 보이지 않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두 선수 모두 롯데에서 데뷔해 삼성으로 이적했고 올 겨울 나란히 방출되는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김대익(외야수)-김종훈(외야수)-강혁(1루수)-마해영(지명타자)-조경환(외야수)으로 테이블세터와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가운데 하위타순은 김승관(3루수)-백재호(2루수)-허일상(포수)-안상준(유격수) 등 내야진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김승관은 1루수가 공식 포지션이지만, 방출팀에서도 강혁-마해영 등에게 1루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백재호와 안상준은 한때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서 기대만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다 끝내 방출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허일상도 국가대표 출신 포수지만 프로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이외 백업멤버로는 김태균·김인철·서한규 등이 있다. ▲ 현실 프로야구는 추억을 먹고 산다. 그러나 추억만 뜯고 있다간 현실이 뜯겨져 나간다. 그만큼 프로는 냉정한 곳이다. 과거의 좋은 기억도 얼마 가지 않아 잊혀지는 곳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1990년대 중후반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단골이었던 홍현우를 해태의 마지막 전성기 멤버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이 중요한 것이 바로 프로무대이며 올 겨울 방출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다. 전성기 그들이라면 한 팀을 꾸려도 결코 밀리지 않을 구성이지만, 현실은 차갑고도 냉정하다. 방출팀의 ‘원투펀치’ 임선동과 조성민은 나란히 은퇴를 택했다. 임선동은 야구와의 작별을 고했고, 조성민은 해외연수를 통해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칠 뜻을 내비쳤다. 김종훈도 은퇴와 동시에 자비로 해외연수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김태균은 은퇴와 함께 SK 코치로 승격됐다. 이외 나머지 선수들은 여전히 새로 둥지를 틀 직장을 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마해영은 마지막 보루와 다름없는 ‘친정팀’ 롯데에 구애를 보내고 있으며 진필중은 ‘스승’ 김인식 감독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름값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프로무대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임선동-조성민-진필중-김종훈-조경환-마해영(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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