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오범석 사태'로 본 K리그 계약의 문제점
OSEN 기자
발행 2007.12.22 15: 57

최근 김남일(30)의 빗셀 고베행과 오범석(23)의 이적 파동이 터지면서 K리그의 선수 이적에 관한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K리그 규정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이 달라 여러 가지 상황에서 서로 상충되고 있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K리그 규정을 국제 수준으로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행 K리그 현실에서 무작정 해외 기준을 따라가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과연 현행 프로축구연맹 규정과 FIFA 규정이 다른 점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살펴보자. 서로 다른 K리그와 FIFA의 FA제도 가장 큰 차이는 K리그의 경우 2005년 이전 입단 선수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 FA 자격을 획득해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할 때는 원 소속구단의 이적 동의를 받아야 하고 영입 구단이 원 소속구단에 FA 보상금(이하 이적료)을 지불해야 한다. 이 이적료는 선수가 만 36세가 될 때까지 이적시마다 발생한다. 만약 FA가 해외 타구단으로 이적할 경우에는 이적료가 없지만 만 33세 이전에 국내 타구단으로 복귀할 때는 영입 구단이 해외진출 직전 구단에 이적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FA에게도 이적료를 지급하는 규정이 생기게 된 것은 한때 K리그에서 있었던 계약금 제도 때문이며 프로축구연맹은 구단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규정을 만들었다. 계약금을 폐지시킨 2005년 이후 입단 선수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FA가 되며 이적시 이적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FIFA의 룰과 거의 같다. 다만 국내 FA제도에 있어서는 보스만룰(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는 구단 동의없이 타구단과 이적 협의와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혼란이 있나? 프로축구연맹 규정과 FIFA 규정이 다름으로 인해 발생한 혼란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특히 최근 있었던 김남일의 빗셀 고베행에서 수원 삼성은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수원은 김남일이 소속팀과 우선 협상기한인 12월에 팀을 옮겼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남일 측은 J리그행은 FIFA 룰에 따라 행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김남일의 빗셀 고베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분명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원으로서는 섭섭한 마음을 가질 만했고 김남일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보스만룰에 의거해 계약 만료 6개월을 남겨놓고는 어느 구단과 자유롭게 접촉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물론 입단은 계약 기간 만료 후다. 데이빗 베컴이 2006~2007 시즌 중간 LA 갤럭시와 계약을 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K리그 내부 이적에 있어서는 보스만룰이 허용되지 않지만 한국 선수의 해외 이적에 있어서는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K리그 구단으로서는 해당 FA 선수가 해외 이적할 때는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범석 문제의 경우 '바이아웃' 이라는 조항이 문제가 된다. 프로축구연맹이 사용하고 있는 표준 계약서에는 바이아웃에 대한 조항이 없다. 하지만 계약서라는 것이 표준 계약서 외에도 양자의 합의에 의해 계약 문구를 삽입할 수 있다. 오범석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우 바이아웃 조항을 넣었고 오범석 측은 이 조항을 지키라는 것이다. 반면 포항은 바이아웃 조항이 있더라도 이미 성남 일화로 이적시켰으니 구단의 방침을 따르라는 것이다. 프로축구 연맹 규정 선수 계약 양도에 관한 내용 제 33조 2항에 있는 '계약기간 내에 원소속 구단과의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이 성사되면, 선수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는 조항을 들어 오범석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양 측의 갈등은 향후 논의나 최악의 경우 FIFA 제소 등을 통해 해결되겠지만 이번 사건은 K리그의 선수 계약 관련 규정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날로 다양화되고 있는 선수들과 구단의 계약 현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 위의 두 예에서 볼 수 있듯 현행 프로축구연맹 규정은 매 해 내용을 수정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K리그의 현실상 무작정 FIFA 규정을 따를 수도 없다. 앞서 말한 대로 FIFA 규정은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큰 틀을 잡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축구연맹 규정이 국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해외 규정과 따라가도록 해야한다. 연맹 역시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선 이적 가능 시기를 손질해야 한다. 현행처럼 시즌이 끝난 후 바로 트레이드와 이적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구단들이 FA들의 우선 협상 기간 중 트레이드나 이적을 추진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FA들과 원 소속팀의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나는 1월부터 이적이나 트레이드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연맹 역시 이런 쪽으로 규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일과 오범석 사태에서 보듯 '바이아웃' 이나 '보스만룰', 여기에는 그 사례가 없지만 '웹스터룰' 등 다양해지고 있는 계약 환경을 쫓아갈 수 있게 프로축구연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국내 구단의 이적에는 이것들을 금지할 수 있겠지만 해외 이적이 많아지기 때문에 무작정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단의 선수 계약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이제까지 구단은 한국의 특수한 FA제도를 통해 계약 기간이 끝나도 막대한 이적료를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2005년 이후 입단 선수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향후 구단들이 이적료를 받기 위해서는 재계약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구단으로서도 주요 선수는 재계약을 통해 보호하면서 적절한 이적을 통해 이적료 수입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도 K리그의 재정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연봉 재계약을 요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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