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김주성은 득점하고, 서장훈은 골밑으로’. 원주 동부 김주성(28·205cm)과 전주 KCC 서장훈(33·207cm)은 한국농구가 낳은 최고의 빅맨으로 손꼽힌다. 김주성은 사상 최고의 수비형 빅맨, 서장훈은 사상 최강의 공격형 빅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주성의 수비 및 골밑에서의 존재감은 기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서장훈은 슈터 못지않은 타고난 슈팅력을 앞세워 골밑뿐만 아니라 미들라인과 외곽까지 드넓은 공격 범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에 변신을 가했다. 김주성은 득점을 하기 시작했고, 서장훈은 보다 더 골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김주성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5.4점에 그치고 있다.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 득점이다. 하지만 김주성의 진가는 수비에서 나타났고 모두가 득점이 낮아도 김주성을 인정했다. 실제로 김주성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야투시도도 10.6회로 데뷔 후 가장 낮다. 이제는 장기가 된 중거리슛을 지나치게 아낀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공격에서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히려 공격에서 힘을 비축하고 수비에만 집중하는 인상마저 주었다. 하지만 김주성의 팀플레이를 향한 살신성인은 철저한 수비농구와 조직농구를 펼치는 동부에게 매우 긍정적인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김주성이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9.8점을 넣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전(18일)에서 21점, 부산 KTF전(22일)에서 22점을 올리며 올 시즌 처음으로 2경기 연속 20점대 득점을 마크하는 등 최근 4경기 연속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처음 5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야투를 시도하는 등 시즌 개막 후 가장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야투성공률도 56.5%로 높은 편이다. 시즌 초반 팀 공격을 주도한 포인트가드 표명일이 잔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최근 5경기에서 평균 4.0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김주성이 골밑과 하이포스트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직접 공격을 이끌었다. 김주성의 득점가담으로 표명일의 부진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동부는 굳건한 모습으로 5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김주성과 달리 서장훈은 이제 조금씩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 어느덧 서장훈의 나이도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올 시즌에는 공식 포지션도 센터에서 포워드로 변경됐다. 예전처럼 더 이상 골밑에 비중을 둘 수 없다는 것을 서장훈 본인도 알고 있었다. 2004-05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서장훈의 2점슛과 3점슛 시도 비율은 10.3대1이었지만, 올 시즌 포함해 최근 3시즌간 2점슛과 3점슛 시도 비율은 3.05대1로 확 줄어들었다. 서장훈이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고, 팀 동료들의 위치를 잡아주는 장면은 이제 그리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장훈이 달라졌다. 골밑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서장훈은 최근 7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이 기간 동안 평균 18.0점을 기록하고 있다. 7경기 모두 2점슛 시도가 두 자릿수였다.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이전에도 한 차례 있었지만 2점슛 시도가 7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인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2점슛과 3점슛 시도 비율도 4.89대1로 적당했다. 토종 빅맨이나 신장이 작은 외국인선수들을 상대로 포스트업 이후 이어지는 정확한 페이드 어웨이 슛은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고 있고 훅슛까지 심심찮게 던지고 있다. 골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페인트존에서 이른바 ‘받아먹는 득점’도 빈번해졌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외국인선수들의 득세로 수많은 토종 빅맨들이 사장되거나 반짝하고 그쳤다. 하지만 서장훈과 김주성은 변함없이 외국인선수들을 상대로 토종 빅맨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골밑과 외곽, 공격과 수비에서 때에 따라 이루어지는 스타일 변신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은 숨어있는 서장훈과 김주성의 진면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