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의 투자, 어떻게 봐야 하나
OSEN 기자
발행 2007.12.23 10: 0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화제다. 요미우리는 오프시즌을 맞아 연일 특급 외국인선수들을 거액에 영입하며 투타에서 명실상부한 최강 군단이자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벌써부터 라이벌 한신 타이거스와 주니치 드래건스는 요미우리에 강한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명문 구단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최대화하고 있다. 투자는 성공과 실패 그리고 본전이라는 세 갈래로 나눠지기 마련이지만, 요미우리에 투자는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지름길일 뿐이다. ▲ 명문 구단의 힘 요미우리는 올 오프시즌에서 마크 크룬, 세스 그레이싱어, 알렉스 라미레스 등 투타에서 내로라하는 외국인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했다. 최근 몇 년간 요미우리의 선수 영입은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2006시즌을 앞두고는 이승엽, 제러미 파웰, 도요다 기요시를 영입했고, 2007시즌을 앞두고는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다니 요시토모, 가도쿠라 겐을 영입했다. 그리고 올 겨울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 그리고 4번 타자까지 영입, 빈 틈 없는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다. 심지어 요미우리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후쿠도메 고스케에게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같은 요미우리의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라이벌 팀들은 한마디로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오카다 이키노부 한신 감독은 “100승도 할 수 있는 전력이다. 요미우리는 140승을 위한 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신도 올 겨울 FA 시장에서 4번 타자 아라이 다카히로를 영입했다. 아라이는 FA 선언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보일 정도로 히로시마에 대한 애정이 강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데뷔 후 9년간 아라이는 포스트시즌은 커녕 단 한 번도 A클래스에도 랭크되지 못한 팀 성적에 절망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아라이는 결국 5년 전 역시 히로시마에서 한신으로 자리를 옮긴 선배 가네모토 도모아키의 길을 따랐다. 요미우리는 한신보다도 더 인정받는 명문 구단이다. 메이저리그에 뉴욕 양키스가 있다면 일본 프로야구에는 요미우리가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요미우리는 선수들에게 신사에 걸맞는 복장과 차림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예절과 절도도 강조한다. 오가사와라는 지난해 요미우리에 입단식 때 트레이드마크였던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한 모습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올해 요미우리 입단을 확정지은 크룬은 “전통이 있는 거인 군단에 입단해 기쁘다. 필요하다면 (수염정리는 물론) 삭발까지 할 각오가 돼 있다”고 열의를 보였다.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이라는 자부심은 선수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명문구단의 남다른 힘이다. 요미우리는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구단이다. 나가시마 시게오와 오 사다하루를 앞세워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전무후무한 일본시리즈 9연패라는 기록을 세우며 국민구단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같은 값이면 요미우리에 입단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유리하다. 유서가 깊은 전국구 인기구단의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메리트다. 요미우리의 투자가 멈출래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요미우리가 우수한 선수들을 몰아가며 9연패를 달성하자 일본 프로야구에 도입된 것이 바로 외국인선수 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검증된 특급 외국인선수들도 요미우리의 공격적인 베팅에 싹쓸이되고 있다. 이미 터피 로즈와 로베르토 페타지니도 요미우리를 거쳐간 상태다. 지난 몇 년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올해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만회했다. 내년에는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재팬시리즈 우승까지 ‘반드시’ 이뤄야 하는 상황이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 왜 명문 구단인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제국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필요한 선수는 꼭 영입했다. 때때로 특급선수들이 제 발로 걸어오기도 했다. 양키스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별들을 거느릴 수 있는 재력과 매력을 지녔다. 양키스의 성공은 또다른 성공을 낳았다. 뉴욕이라는 든든한 빅마켓에 힘입어 티켓을 불티나게 팔았고, 언론 노출 빈도도 높았다. 양키스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구단들도 양키스의 필요성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양키스는 비단 양키스뿐만 아니라 리그에 속한 모든 팀들에게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양키스에게는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셈이었다. 지난 2006년 경제전문지 는 양키스의 구단 가치를 무려 10억2600만 달러로 산정했다. 구단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프로스포츠 프랜차이즈는 양키스가 처음이었다. 여기에 양키스가 소유하고 있는 케이블방송 ‘YES 네트워크’의 잠재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를 책임지는 경제주체나 다름없다. 지난 2000년을 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양키스의 투자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키스의 투자는 오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투자경쟁으로도 이어졌다. 양키스의 티켓 파워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요미우리도 양키스와 다를 바 없다. 요미우리는 한때 일본의 경제를 책임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왕정치-나가시마의 ON포 시절에도 요미우리는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요미우리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성공은 관중증대에 이어 중계권과 스폰서라는 새로운 프로스포츠 수익구조를 창출했다. 프로스포츠에서 구단 가치의 등급을 매기는 요인으로는 관중동원, 언론노출, TV 중계 시청률, 관련상품 매출, 스폰서 선호도 그리고 경기장 분위기까지 포함된다. 요미우리는 이 모든 것을 갖춘 구단이다. 최고로 인정받는 구단은 가진 권리를 비싸게 팔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투자를 벌일 수 있다. 요미우리만의 성공 방식이다. 일본 프로야구도 지난 몇 년간 위기론이 불거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2일 요미우리가 야쿠르트를 꺾고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때 요미우리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니혼 TV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토크쇼를 방영하고 있었다. 요미우리의 우승은 자막처리되는 굴욕을 당했다. 올해 요미우리의 시즌 전경기를 TV 중계로 시청할 수 있는 곳도 한국밖에 없었다. 이는 요미우리가 지난 2년간 최초로 2년 연속 B클래스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한 데에서 기인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요미우리는 공격적인 투자로 성적을 회복했고 내년 시즌 더 나은 성공을 꿈꾸고 있다. 물론 투자가 곧 우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일본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1992년 이후 16년 동안 요미우리가 센트럴리그 우승과 재팬시리즈 우승을 휩쓴 경우는 1994·2000·2002년 3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최고의 가치는 분명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스포츠의 의외성이자 야구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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