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LG, 5할대 승률 '흔들'
OSEN 기자
발행 2007.12.23 11: 04

[OSEN=이상학 객원기자] 창원 LG는 프로농구 신흥명문을 표방하고 창단했다. 1997-98시즌 창단 첫 해부터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2000-01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103.3득점을 올리는 사상 최고의 공격농구를 앞세워 준우승을 달성하는 등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2004-05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홈관중 동원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중몰이에도 앞장섰다. 지난 시즌에는 최단기간 한 시즌 1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최다관중(14만1787명)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LG는 안양 KT&G·인천 전자랜드·부산 KTF와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네 팀 중 하나다. 정규리그 2위를 4차례나 차지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는 한 번밖에 진출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어쩌면 그것은 불운이 아니라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LG에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외국인선수 의존도 올 시즌 LG는 개막 4연승으로 출발했다. 개막 5연승으로 시작한 지난 시즌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LG는 1라운드에서 6승3패를 거두며 서울 SK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4승5패로 주춤하며 SK와 함께 공동 4위로 떨어지더니 3라운드 7경기에서도 3승4패로 5할 승률을 밑돌고 있다. 지난 22일 현재 LG는 13승12패로 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5위를 마크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자랜드가 5할 미만 승률에서 5할 승률로 향하고 있는 반면 LG는 점점 뒤로가더니 시즌 내내 지킨 5할 승률선마저도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LG는 전주 KCC·KT&G와 함께 외국인선수를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팀으로 외국인선수가 문제는 아니다. LG는 외국인선수를 잘 뽑은 팀이다. 오다티 블랭슨은 평균 23.6점·8.8리바운드로 활약하고 있다. 득점랭킹 전체 3위. 올 시즌 들어온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개인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밑을 돌파할 때 스핀무브는 찰스 민렌드의 스텝만큼 화려하고 안정적이다. 센터를 맡고 있는 캘빈 워너도 평균 16.8점·10.0리바운드·2.28블록슛으로 공수 양면에서 건실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LG는 외국인선수가 팀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0.8%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선수가 팀 내 최고득점을 기록한 경기도 겨우 2차례로 KT&G와 함께 이 부문에서 공동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지난 시즌부터 LG가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다.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외국인선수 득점 비율은 42.4%로 10개 구단 중 8번째였다. 표면적으로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정규리그 54경기 중 무려 48경기에서 민렌드가 팀 내 최고득점을 차지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국내선수가 팀 내 최고득점을 기록한 것은 겨우 4차례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게다가 수비에서 퍼비스 파스코의 공헌도가 차지한 비중도 빼놓을 수 없었다. 외국인선수 수준이 하향평준화된 올 시즌에도 LG의 외국인선수 의존도는 너무 높다. ▲ 현주엽과 조상현 외국인선수 블랭슨과 워너가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가 하향세를 걷고 있는 데는 자리를 잃은 국내선수들의 탓이 크다. 특히 올 시즌 연봉서열 전체 3위(4억1000만 원)의 현주엽과 전체 7위(3억8000만 원)의 조상현 모두 몸값 대비 활약상이 너무 미미하다. 현주엽과 조상현은 LG 팀 연봉(16억700만 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무려 49.2%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샐러리캡 제도가 있는 프로농구에서 고액연봉자들은 개인 활약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팀 전체를 이끄는 활약을 해야 한다. 연봉 서열 1위 김주성(동부)과 4위 주희정(KT&G) 등은 이 같은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현주엽과 조상현은 그렇지 못하다. 현주엽은 올 시즌 겨우 평균 7.8점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후 가장 낮은 평균 득점이다. 득점 대신 치중하고 있는 어시스트도 평균 3.8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지난 시즌(3.4개)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주엽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당 평균 26.3분을 뛰는 데 그치고 있다. 신선우 감독은 현주엽을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 활용할 토종빅맨으로 한정하고 바라보는 느낌이다. 어느덧 3시즌째 함께 하고 있는 신 감독과 현주엽이지만 뚜렷한 상생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현주엽의 득점감각이 감퇴된 것도 딜레마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조상현은 LG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평균 11.2점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조상현 개인적으로는 데뷔 후 최소 평균 득점이다. 과거의 조상현은 폭발적인 외곽슛과 묵직한 골밑 돌파로 기복이 없는 득점원 중 하나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외곽 일변도의 공격으로 기복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3점슛 능력 하나는 최고다. 경기당 평균 2.60개의 3점슛으로 이 부문 전체 2위에 올라있고, 3점슛 성공률은 47.8%로 당당히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천장과 바닥을 오가는 경기력은 30대 초반의 비교적 팔팔한 베테랑답지 못한 모습이다. ▲ 박지현 부상 악재 LG가 결정적으로 하락세를 타게 된 계기는 포인트가드 박지현의 부상이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개막 이후 3경기에 결장한 박지현은 지난달 21일 KCC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전치 6주 진단을 받은 박지현은 내년 1월 복귀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LG는 박지현이 부상을 당한 KCC전 포함 이후 13경기에서 5승8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현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평균 6.1점·2.5어시스트·2.1스틸로 기록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공수양면에서 이현민과 업무를 분담하고 신선우 감독의 분위기 전환을 노린 선수교체의 핵심과도 같은 존재였다. 특정 선수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신선우 감독도 공공연히 “박지현이 돌아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다. 박지현의 부상 공백으로 치명타를 입은 선수는 2년차 포인트가드 이현민이다. 이현민은 박지현이 결장한 이후 12경기에서 모두 주전 포인트가드로 출장, 경기당 평균 40.1분을 뛰었다. 연장전에서 45분·50분을 풀타임으로 뛰는 등 무려 7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5.5분을 뛴 이현민은 갑작스런 출전시간의 증가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조절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장기인 중장거리슛의 정확도도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야투성공률은 20.0%, 3점슛 성공률은 18.8%밖에 되지 않는다. 수비에서도 시즌 초반과 비교할 때 골밑으로 가는 더블팀이 활기를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LG는 지난 몇 년과 달리 올 시즌을 앞두고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박지현-이현민-조상현-현주엽-박규현-석명준 등 핵심멤버들을 그대로 잔류시켰다. 2년차 박범재와 신인 송창무도 올 시즌 신선우 감독의 새로운 가용인원으로 추가됐다. 그러나 외국인선수들을 제외하면 확실한 펀치가 없다. 그러나 팀 득점을 이끄는 블랭슨은 작은 신장, 워너는 정통센터를 만날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킬레스건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박지현의 부상이 장기화되며 장기레이스도 험난해지고 있다. 매년 플레이오프에서 큰 경기 징크스를 보인 LG는 그러나 올 시즌에는 자칫 정규리그에서부터 좌초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5할 승률선은 LG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생명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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