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브라운 영입, 성공 가능성과 효과는?
OSEN 기자
발행 2007.12.23 14: 41

[OSEN=이상학 객원기자] LG에 ‘삼성표’ 외국인선수는 믿을 만한 제품이었다. 2000년 찰스 스미스, 2002~2003년 매니 마르티네스는 LG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외국인 타자였다. 올해에는 삼성 출신 외국인 투수로 팀 하리칼라를 영입했다. 그러나 하리칼라는 시즌 중 퇴출되는 비운을 맛보고 말았다. LG의 삼성표 외국인선수 첫 실패 사례였다. 하지만 LG의 삼성표 외국인선수 수집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1일 삼성과 재계약에 실패한 외국인 투수 제이미 브라운(30)을 영입한 것이다. 브라운은 재계약에 성공한 크리스 옥스프링과 함께 2008년 LG 외국인선수로 확정됐다. 브라운, 붙박이 선발 지난 2년간 삼성에서 활약한 브라운은 57경기에 등판, 23승17패 방어율 3.01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방어율 부문 전체 2위(2.68)에 올랐고, 올해에는 삼성 팀 내 최다승(12승)을 올렸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함께 3점대 안팎의 안정된 방어율을 기록, 붙박이 선발투수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에이스로는 무게가 가벼웠다. 2년간 선발등판한 56경기에서 완투는 한 차례밖에 없었다. 삼성은 올해 배영수가 빠진 제1선발이자 에이스 자리를 브라운이 메워주길 기대했으나 헛된 기대였다. 선동렬 감독은 “브라운이 5회만 딱 던지고 나면 팔이 뭉친다고 한다”며 쓴웃음을 짓곤 했다. 실제로 브라운은 이닝 소화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선발등판시 평균 5.90이닝을 던졌고, 올해는 평균 5.41이닝을 던졌다. 2년을 통틀어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11차례밖에 되지 않았고, 투구수 100개 이상을 던진 경기도 13차례에 불과했다. 2년간 9이닝당 탈삼진도 4.55개로 평범한 수준. 하지만 브라운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기보다는 다양한 변화구로 쉽게 승부하는 투수다. 지난해에는 이닝당 출루허용률을 나타내는 WHIP에서 전체 1위(1.05)에 올랐고, 올해에도 WHIP 전체 4위(1.22)에 랭크됐다. 에이스로는 무게감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제2선발로는 더없이 좋다. LG가 브라운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LG가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를 필요로 한다는 점. LG는 올 시즌 불펜 방어율이 전체 7위(4.14)에 그쳤다. 불펜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오프시즌 동안 특별한 불펜에 전력 보강도 없었다. 어쩌면 마무리투수 우규민은 또다시 62경기 등판과 78이닝 소화라는 가혹한 부담을 안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에이스’ 박명환은 올 시즌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이 5.94이닝을 기록했다. 제1선발로서 평균 6이닝을 넘기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 하지만 재계약을 확정한 옥스프링은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6.21)에서 나타나듯 이닝이터 면모를 갖추고 있다. 브라운의 이닝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덜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리칼라, 실패 반면교사 2000년 전반기를 마치고 투수 보강을 이유로 삼성에서 퇴출된 스미스는 곧장 LG의 부름을 받았다. 스미스는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후반기 42경기에서 15홈런과 43타점을 기록했다. 스미스는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임팩트라는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LG의 외국인 타자라 할 만하다. 또한 2001년 삼성에서 뛰고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간 LG에서 뛴 마르티네스도 연평균 타율 2할7푼6리·16.0홈런·69.5타점·24.5도루를 기록,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호타준족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올해 영입한 하리칼라는 삼성에서의 활약을 LG에서 재현하지 못한 채 시즌 중 퇴출되고 말았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에서 더욱 좋은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는 빗나갔다. 하리칼라는 미국에서 줄곧 중간계투로 활약한 투수였다. 하지만 2년간 삼성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비교적 빠른 적응 속도를 보였다. 2년간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은 5.61이닝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하리칼라를 영입할 당시부터 이닝 소화능력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중간계투가 강한) 삼성에 있었으니 많이 던질 수가 없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하리칼라는 2년간 삼성에서 선발등판한 33경기 가운데 투구수 100개 이상을 넘은 경기가 4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LG에서는 16경기 중 10경기에서나 투구수 100개 이상을 던졌다. 이닝 소화능력만 놓고 볼 때 김 감독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리칼라는 LG에서 실패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6승8패 방어율 5.2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경우도 4차례. 경기 초반 대량실점으로 무너지는 모습도 잦았다. 2년간 삼성에서 기록한 피안타율은 2할7푼7리였으나 올해 LG에서는 무려 3할3푼3리에 달했다. 9이닝당 볼넷도 삼성에서의 2년간은 평균 1.79개에 불과했지만, LG에서는 무려 평균 3.96개였다. 이닝 소화능력을 떠나 하리칼라의 피칭 스타일이 국내 타자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탓이었다. 마운드의 높이가 낮아진 것도 188cm 장신인 하리칼라에게는 악재였다. 기교파 외국인 투수 중 한국에서 3년 연속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내년 시즌 브라운에게도 잠재된 불안요소다. LG와 브라운으로서는 하리칼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팀 타선도 관건 브라운 영입의 성패는 비단 브라운 개인의 활약 여부에만 그치지 않는다. LG는 외국인선수 2명을 브라운과 옥스프링, 모두 투수로 채웠다. 올해 투수와 타자 1명으로 시즌을 꾸린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시즌에는 타선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올 시즌 LG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한 페드로 발데스는 116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13홈런·72타점·70볼넷을 기록했다. 장타율(0.407)은 중심타자치곤 낮았지만, 출루율(0.381)이 높았다. 발데스는 LG 팀 내에서 볼넷·출루율 1위였고, 홈런·타점은 2위였다. 특히 결승타는 9개로 최동수와 함께 팀에서 가장 많이 기록했다. 중심타자로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은 해줬다. LG로서는 실로 오랜만의 외국인 타자 특수였다. 그러나 발데스는 장타와 외야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과거 현대 시절 김재박 감독과 2년 이상 함께 한 외국인 타자들은 대개 좋은 장타력과 괜찮은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톰 퀸란, 클리프 브룸바가 그랬다. 비단 김 감독뿐만 아니라 대다수 감독들이 외국인 타자에게는 가공할 만한 장타와 일정한 수비를 기대한다. 발데스는 장타와 수비, 어느 한 쪽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뽑는 대신 검증된 외국인 투수 2명으로 내년 시즌을 꾸리기로 했다. FA 시장에서도 외부영입은 없었다. 결국 내부적으로 타자를 길러내야 할 입장이다. 김 감독은 성장의 벽을 허물 야수 유망주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당당히 3할 타율과 도루왕에 오른 이대형을 비롯해 이성렬·박경수·김상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차세대 거포로 점찍은 이성렬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김 감독이 외국인선수 2명을 투수만으로 채운 배경에는 다름 아닌 이성렬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성렬이만 잘 해주면 외국인선수를 2명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김 감독은 가을 마무리캠프를 마친 후 투수 2명으로 외국인선수 조각을 마쳤다. 포수를 포기하고 외야수로 전업한 이성렬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왔다는 뜻이다. “이성렬에게 차세대 거포를 기대하고 있다. 캠프에서 체력과 기술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 또 올 한 해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박용택도 가을캠프에서 내년 시즌 도약을 꾀했다. 김 감독은 “박용택이 자기 스윙을 찾은 것이 캠프의 큰 소득”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야수 유망주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은 좋은 외국인 타자를 구하는 것만큼 어렵다. 어떤 면에서 더욱 불확실하다. 하지만 LG는 올해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의존도를 버린 가운데 내년 시즌 타선의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LG의 브라운 영입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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