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의 성패, 커뮤니케이션에 달렸다
OSEN 기자
발행 2007.12.24 15: 58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은 언젠가 "(조범현 전 감독의 후임으로) 새 감독으로 외국인도 고려했다"란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비 밸런타인 롯데 마린스 감독처럼 우승과 흥행, 이슈 3요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참신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신 사장과 SK 프런트가 외국인 감독 시나리오를 접은 결정적 요인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지위를 감안할 때 한국의 (취재) 문화와 (야구) 현실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구단 홍보(매니지먼트)를 할 줄 아는 한국 감독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SK가 구상만 하고 놓아버린 시나리오를 2007년 겨울 롯데 자이언츠가 집어 들었다. 그 결과는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의 탄생이었다. 외국인 감독의 순기능은 일단 차치하고, 롯데는 이제 로이스터를 어떻게 한국적 야구 환경에 연착륙시키느냐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비례해 로이스터를 보좌할 통역의 비중은 막중해질 것이다. 용병 선수의 케이스를 돌아보더라도 A급 용병의 뒤엔 거의 늘 유능한 통역이 있었다. 특히 용병 발굴에 있어 독보적이라 할 현대 유니콘스 같은 경우는 미국 현지 스카우트부터 통역 업무까지 일관적으로 관할한 실질적인 '용병 전담 프런트'까지 두고 있었다. 반면 비싼 돈을 들여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을 데려와 놓고도 정작 통역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다가 관리를 망친 구단도 없지 않았다. 통역의 업무는 단순한 의사 전달을 떠나 용병과 구단의 조정자 역할까지 담당해야 되는데 경험이 일천한 '알바'에겐 버거운 임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얼마 전 롯데가 '감독 통역을 알바로 뽑는다'는 공지를 낸 뒤 격렬한 반발을 산 것도 일견 당연해 보인다. 이 지적을 받아들여 롯데는 구단 직원을 전담 통역으로 파견하기로 했다는데 어쩌면 프로야구의 '외국인 감독 실험' 성패는 롯데 통역 하기 나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sgoi@osen.co.kr 제리 로이스터 롯데 신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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