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일본야구는 오래 전부터 ‘스몰볼’로 대변돼 왔다. 기본기, 희생정신, 조직력을 바탕으로 도루, 희생번트, 진루타, 히트앤드런 등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스몰볼은 일본야구의 오래된 트레이드마크였다. 일본의 스몰볼은 미국의 ‘베이스볼’을 거부하는 일본의 ‘야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오히려 스몰볼을 거부하고 있다. 스몰볼 대신 빅볼로 승부를 걸 작정이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요미우리가 이렇게 전력을 보강해놓고 우승하지 못하면 문제다. 거포가 많아 스몰볼을 구사하는 대표팀과는 또 다른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2008년 요미우리를 전망했다.
거포군단 거인군단
사실 요미우리는 예부터 거포들이 많았다. 전무후무한 일본시리즈 9연패를 차지할 때에는 전설의 ‘ON포’ 왕정치-나가시마 시게오가 있었다. ‘ON포’는 1962년부터 1971년까지 10년간 타율·홈런·타점 등 타격 3개 부문에서 총 26개 타이틀을 차지했다. 왕정치는 1962년부터 1974년까지 13년 연속으로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홈런왕 수상 15회를 비롯해 타점왕 13회, 수위타자 5회, MVP 9회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왕정치는 10.7타수당 1개꼴로 홈런을 터뜨렸는데 이는 지금도 계속해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나가시마도 홈런왕 2회, 타격왕 6회, 타점왕 4회를 차지했다.
요미우리는 1950년부터 올해까지 58년간 무려 27차례나 팀 홈런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연속 센트럴리그 팀 홈런 부문 1위에 차지했다. 일본시리즈 9연패 시절에도 기록하지 못한 8년 연속 팀 홈런 1위 행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요미우리에는 기요하라 가즈히로, 모토키 다이스케, 히로자와 가쓰미, 마쓰이 히데키, 다카하시 요시노부, 에토 아키라, 고쿠보 히로키, 아베 신노스케 등 내로라하는 토종 거포들이 거쳐갔다. 게다가 2004년 당시 일본 프로야구 최고연봉 1·2위에 오른 로베르토 페타지니(7억2000만 엔), 터피 로즈(5억5000만 엔) 등 외국인 거포들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8년 동안 요미우리는 2000·2002년, 두 차례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빅볼을 구사했으나 그것이 우승까지는 보장하지 못했다. 특히 2004년에는 259개로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홈런왕을 차지한 로즈(45개)를 비롯해 고쿠보(41개)·아베(33개)·다카하시(30개)·페타지니(29개) 등이 중심이 되어 한 시즌 259홈런을 합작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그해 요미우리는 겨우 리그 3위에 그쳤다. 당시 요미우리의 타선은 파괴력에 비해 짜임새나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마운드의 붕괴로 투타 밸런스가 엇박자를 그리며 거포 수집증이 팀에 큰 역효과를 일으키고 말았다.
사상 최강의 요미우리
비록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주니치 드래건스에 3전 전패하며 일본시리즈 진출마저 실패한 요미우리는 그러나 리그 우승으로 최초의 2년 연속 B클래스라는 치욕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2007년 요미우리의 키워드는 역시 막강한 타선이었다. 올 시즌 요미우리 타선은 득점(692점)·홈런(191개)·타율(0.276)·장타율(0.449)에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희생타는 102개로 양대 리그 12개 구단 중 전체 10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형적인 빅볼을 구사하며 막강 타선의 힘을 과시했다. 다카하시는 톱타자로서 무려 35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포수 아베도 33개의 홈런을 쳤다. MVP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1개)·이승엽(30개)까지 무려 4명이 30홈런을 넘겼다.
요미우리의 빅볼은 내년 시즌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30홈런 트리오’ 다카하시·오가사와라·이승엽은 올 시즌 모두 부상을 달고 다녔다. 이승엽은 지독한 왼손 엄지 부상에 치를 떨었고, 다카하시와 오가사와라는 각각 허리와 무릎 부상으로 시즌 후 올림픽 예선 대표팀을 고사할 정도였다. 유격수 니오카 도모히로도 오가사와라와 마찬가지로 무릎 통증에도 불구하고 올해 20홈런을 기록했다. 이들이 내년 시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타선의 위력은 배가 될 수 있다. 또한, 요미우리는 야쿠르트에서 활약한 외국인 타자 알렉스 라미레스까지 영입했다. 라미레스는 오른손 타자로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0안타(204개)를 치는 등 올 시즌 타율 3할4푼3리·29홈런·122타점을 올렸다. 왼손 일색인 요미우리 타선에 오른손 타자로서 조화를 더할 전망이다.
전형적인 빅볼을 구사하는 요미우리지만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투타의 밸런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미우리는 올해 팀 방어율 전체 2위(3.58)를 차지했다. 올 겨울에는 최고의 외국인 선발투수 세스 그레이싱어와 마무리투수 마크 크룬까지 영입, 선발과 불펜까지 강화했다. 내년에는 우에하라 고지, 그레이싱어, 우쓰미 데쓰야, 다카하시 히사노리, 기사누키 히로시, 가도쿠라 겐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롯데 마린스에서 영입한 후지타 소이치, 호주 국가대표 출신 아드리안 번사이드에 기존의 하야시 마사노리, 가네토 노리히토, 니시무라 겐타로 등으로 중간층을 꾸린 후 특급 마무리 크룬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를 완성할 수 있다. 투타에 걸쳐 빈 틈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라인업 구성이다. 탄탄한 마운드 구성으로 특유의 빅볼은 더욱 힘을 발휘하고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요미우리가 매월 1회씩 컨디셔닝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부상방지에 열을 쏟는 것도 호들갑이 아니다. 사상 최강의 전력을 갖출 내년 시즌 요미우리에게는 주니치나 한신이 아닌 부상이 최대의 적이 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라미레스(작은 사진)-오가사와라-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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