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방성윤 공백' 어떻게 메우나
OSEN 기자
발행 2007.12.25 08: 5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대의 위기다. 시즌 개막 후 줄곧 지켜온 5할 승률도 위태로워졌다. 다름 아닌 서울 SK 이야기다. SK는 지난 21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미스터 빅뱅’ 방성윤(25·195cm)을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잃고 말았다. 이날 방성윤은 2쿼터 2분18초경 공을 받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크게 꺾였다. 정밀검진 결과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6~8주 진단을 받았다. 방성윤은 빨라야 내년 2월초 코트 복귀가 가능하다. 방성윤이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는 2월초에 복귀한다고 가정해도 SK는 앞으로 12경기를 방성윤 없이 치러야 한다. 이 역시 어디까지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SK는 이후 23일 창원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방성윤이 결장한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63-65, 아쉬운 2점차 석패. 상대가 최근 하향세의 LG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점수차를 떠나 더 아쉬운 패배다. 게다가 이날 SK가 기록한 63점은 올 시즌 팀 최소득점이었다. 올 시즌 SK는 경기당 평균 82.4득점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LG전에서는 평균 득점보다 무려 20점 가량 하락했다. 평균 22.4점으로 득점랭킹 전체 4위에 올라있는 ‘공격 제1옵션’ 방성윤의 득점이 고스란히 빠진 결과였다. 방성윤의 공백은 포인트가드 김태술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로도 이어졌다. LG전에서 김태술은 21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득점 타이였다. 3점슛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4개나 넣었다. 역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점슛(7개)을 시도하고, 두 번째로 많은 야투(14개)를 시도한 영향이었다. 그러나 역으로 어시스트는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단 2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김태술은 올 시즌 평균 8.5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딱 방성윤의 공백만큼 어시스트 수치가 떨어졌다. SK 김진 감독은 LG전에서 틈틈이 정락영 등을 투입해 투가드 시스템을 가동, 김태술의 공격력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김태술은 연세대 시절처럼 슛을 아끼지 않으며 프로 데뷔 후 가장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SK에 어울리는 컨셉트는 아니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자시 클라인허드가 자유투로만 8점을 넣는 등 골밑에서 18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외곽에서 확실한 한 방이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제때 볼을 처리하고 슛을 때리지 못한 탓에 수 차례 24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기도 했다. SK에 방성윤 공백이 주는 고민은 서서히 고착화된 팀플레이의 헝클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SK는 포지션 중복과 역할 중첩으로 가지고 있는 전력을 제대로 다 발휘하지 못했다. 눈에 뻔하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숙제였다. 하지만 올 시즌 SK는 포인트가드 김태술, 득점원 방성윤, 수비수 이병석, 욕심을 내지 않는 외국인선수들을 중심으로 조화를 추구했다. 클라인허드의 가세는 부족한 골밑 플레이어의 충족이라는 점에서 SK의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방성윤의 부상으로 스코어러가 사라진 SK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기회를 상당 부분 잃고 말았다. 방성윤은 비단 공격뿐만 아니라 큰 사이즈로 외국인선수 수비에서도 힘을 발휘한 선수라는 점에서 SK가 메워야 할 그 공백은 생각보다 더욱 클지 모른다. 실제로 SK는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 득점 비율이 49.1%로 전체 3위였는데 여기에는 ‘외국인선수급’ 방성윤의 역할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방성윤은 해결사 기질도 4쿼터 승부처에서 숱하게 SK를 구해냈다. 공교롭게도 방성윤이 빠진 KCC전(80-83), LG전(63-65) 패배 모두 한 골로 승부가 바뀔 수 있는 시소경기였다. 방성윤이 더욱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방성윤은 1월까지 볼 수 없다. 김진 감독 이하 SK 선수단이 방성윤 공백을 메울 용병술과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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