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상전벽해의 전형이다. 그러나 좋지 않은 의미의 상전벽해다. 지난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부산 KTF를 두고 하는 말이다. KTF는 최근 4연패 포함해 올 시즌 26경기에서 11승15패, 승률 4할2푼3리로 10개 구단 중 겨우 8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인 6위권과도 승차가 2.5게임으로 벌어졌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KTF의 현실이다. ▲ 비교체험 극과 극 지난 시즌 KTF는 빠른 속공을 앞세운 공격의 팀이었다. 경기당 평균 84.9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3위에 올랐다. 야투성공률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50%를 넘어선 51.7%로 전체 1위였다. 득점의 양과 질이라는 면에서 KTF는 지난 시즌 최고의 공격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평균 77.2득점으로 이 부문에서 9위로 추락했다. 야투성공률도 46.4%로 역시 9위로 떨어졌다. 팀 득점이 떨어지니 지난 시즌 20.5개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평균 20개를 넘으며 1위를 차지했던 팀 어시스트도 평균 13.5개로 하락했다. 올 시즌 팀 어시스트 부문 최하위가 바로 KTF다. KTF의 득점력이 감소한 데에는 지난 시즌 주된 득점루트였던 골밑, 속공, 컷인 공격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탓이다. 모든 것이 골밑에서 시작된 문제점들이다. 지난 시즌 KTF 골밑은 ‘특급 듀오’ 애런 맥기와 필립 리치가 지켰다. 두 선수는 골밑 개인 공격력도 뛰어났지만 리바운드 장악력도 좋은 편이었다. 지난 시즌 KTF는 리바운드 마진이 평균 3.1개로 전체 2위였고, 특히 수비 리바운드가 평균 23.8개로 전체 1위였다. 든든한 수비 리바운드는 속공의 원천이었다. 지난 시즌 KTF는 속공이 경기당 평균 5.2개로 전체 2위였다. 든든한 골밑에서 비롯되는 탄탄한 수비 리바운드는 빠른 속공 게임의 모태였다. 그러나 올 시즌 KTF는 골밑이 너무 허약해졌다. 시즌 초반 세드릭 웨버와 타이론 워싱턴은 골밑 장악력은 물론이고 개인 공격력도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제이미 켄드릭과 칼 미첼은 개인 공격력은 웨버와 워싱턴보다 낫지만 궁극적으로 골밑을 든든히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타입들이다. KTF의 올 시즌 평균 리바운드 마진이 평균 -3.6개로 전체 9위, 수비 리바운드가 평균 20.1개로 7위로 떨어진 것도 궁극적으로 이들이 골밑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탓이다. 이는 곧 속공의 실종으로 전이되고 말았다. KTF의 속공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3개로 10개 구단 중 6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골밑 공격의 부재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골밑 포스트업 공격의 부재는 KTF 특유의 날카로운 컷인 플레이가 사라진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 악재의 연속 올 시즌을 앞두고 KTF는 팀 개편을 단행했다. 신기성·송영진·임영훈·장영재을 제외한 나머지 로스터를 물갈이했다. 군입대 및 제대 선수들이 많았고, 부족한 슈터를 보강하기 위해 트레이드도 단행했다. 특히 장신슈터 양희승과 김영환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부족한 외곽슛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KTF는 팀컬러상 슈터가 필요한 팀이 아니었다. 3점슛 성공률도 전체 5위(36.1%)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 시즌 KTF의 힘은 골밑 우위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인 움직임과 빠른 스피드로 아웃넘버를 만들어 손쉬운 득점을 하는 데 있었다. 승부처에서 한 방을 터뜨리는 슈터의 존재가 그리운 것이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욕이었다. 결정적으로 신기성과 송영진을 제외한 주축 선수들이 전면적으로 바뀌다 보니 KTF 특유의 조직력을 가다듬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선수 2명까지 전원 교체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양희승·송영진·박상오·최민규·조동현 그리고 켄드릭까지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다름 아닌 ‘부상’ KTF였다. KTF 추일승 감독도 “지난 시즌보다 외국인선수들이 골밑에서 마무리하는 능력이나 중량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간의 유기적인 조화가 필요한데 선수들이 부상으로 합류가 늦어지면서 조화를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추 감독의 고충은 현재진행형이다. 추 감독은 “부상당한 선수들이 컨디션을 찾을 3라운드 후반쯤 팀이 정상 궤도에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3라운드 후반 KTF는 4연패라는 나락에 빠졌다. 켄드릭의 대체 외국인선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게다가 이제 팀은 구심점까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포인트가드 신기성이 코트 장악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빅맨들의 스크린 이용과 2대2 플레이 그리고 속공게임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였던 신기성은 그러나 계속된 잔부상, 골밑의 약화, 어수선한 팀 상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명 여건이 좋지 않지만 마지막 보루로 생각한 신기성마저 위기의 시류에 휩쓸리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KTF를 떠난 황진원과 이한권은 각각 안양 KT&G와 인천 전자랜드에서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이한권과 트레이드된 신인 김영환은 적응세지만, 황진원과 교환된 베테랑 양희승은 어깨 부상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야심하게 단행한 트레이드는 현재까지 부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불청객을 만나 실패작이 되어버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팀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시간을 붙잡아 둘 여력이 없다는 것이 KTF가 처한 차갑고도 냉혹한 현실이다. 추일승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