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약물에 찌든' 로저 클레멘스(45)는 왜 극렬하게 반발할까. 여기에는 명성의 흠집 외에도 엄청난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구공 하나로 미국 사회의 '영웅'으로까지 칭송받은 클레멘스는 그에 따른 만만치 않은 대가를 챙겨왔다. 각종 광고수입과 대중강연 등으로 웬만한 운동선수의 연봉 이상의 돈을 벌어 들였다. 클레멘스가 광고 계약을 맺은 기업으로는 코카콜라, 오토네이션, AT&T 등이 있다. 하나같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지난해 클레멘스가 야구 이외의 가외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만 3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그가 야구장에서 이룬 '절반의 업적'이 약물에 의한 것이라는 폭로 직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게 바뀌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힐 게 분명한 모델을 계속 기용하기는 어렵다. 이미 AT&T는 클레멘스가 등장한 자사 휴대전화 광고의 방영을 중단했다. 코카콜라는 아직 계약 파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광고계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스타 선수들을 선호한다. 이들의 명성과 팬들의 호감이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다. 이들이 현역 선수이든 은퇴한지 한참 된 선수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MSNBC에 따르면 모든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높은 Q스코어(광고 모델로서의 매력 지수)를 받은 인물 상위 10위 가운데 7명이 이미 현역 생활을 끝낸 선수들이다. 마이클 조던도 여기에 포함된다. 클레멘스의 경우 스테로이드 파문에 휩싸이지 않았다면 매력 만점의 광고 모델이 될 수 있었다. 통산 홈런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스테로이드 추문에 휩싸여 지난해 한 건의 광고 계약 제의도 받지 못한 배리 본즈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 은퇴 후 광고 수입으로만 모두 수천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미첼 보고서의 '폭로'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클레멘스는 '야구계 전설'의 반열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여기에 더해 매년 수백만 달러의 안정적인 수입원도 한순간에 날라가게 됐다. '잃을 게 많은' 클레멘스 입장에선 모든 걸 부인하며 강력 반발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클레멘스의 변호인인 러스티 하딘은 27일(한국시간) "미첼 보고서가 잘못된 것임을 확신한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는 미첼이 만나고자 했으나 접촉에 실패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확보해둔 상태다"며 보고서의 내용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