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김재환, '우리도 토종빅맨으로 뜬다'
OSEN 기자
발행 2007.12.27 10: 4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우리도 주목하라’. 2007-08 SK텔레콤 T 프로농구의 화두는 토종 빅맨이다. 선발제도가 자유계약제에서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로 환원되며 외국인선수 수준이 하향평준화된 가운데 토종 빅맨들의 영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존의 서장훈(KCC)·김주성(동부)과 함께 신인 함지훈(모비스)·이동준(오리온스)까지 모두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토종 빅맨 4명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건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사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뜨고 있는 토종 빅맨들이 있다. 인천 전자랜드 한정원(23·200cm), 서울 SK 김재환(22·198cm)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정원과 김재환은 각각 중앙대-연세대를 나온 명문대 출신이지만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한정원은 동기생 함지훈을 비롯해 박상오·윤호영·오세근 등 기량이 출중한 선후배 빅맨들에게 이리저리 치였다. 지난해 대학 3학년을 수료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등 동기들보다 1년 먼저 프로무대에 진출한 것도 중앙대에 빅맨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재환의 경우에도 마땅한 빅맨이 없었던 연세대에서 블루워커로 골밑을 충실하게 지켰지만 애초부터 플레이 스타일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태술·양희종·이광재 등 화려한 동기생들에게도 가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두 선수는 정통 빅맨이라는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프로구단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 한정원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안양 KT&G에 지명됐다. 당시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가 모두 20명이었으니 뒤에서 6번째였다. 김재환 역시 올 초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SK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드래프트에 뽑힌 선수 24명 중 20순위에 지명됐으니 뒤에서 5번째였다. 두 선수 모두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지명순위는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지명순위는 어디까지나 지명순위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정원은 2년차가 된 올 시즌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시즌 KT&G에서 창원 LG로 이적한 한정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자랜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프로 2년차에 벌써 3개 팀에 몸담았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한정원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최희암 감독은 한정원의 가능성을 주목하며 중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코트에서 위축된 기색이 역력했던 한정원은 이제 주도적으로 플레이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시즌 단 5경기 출장에 그친 한정원은 올 시즌 26경기에 모두 출장, 경기당 19.0분을 뛰며 평균 7.4점·4.8리바운드·야투성공률 52.8%로 활약하고 있다. 리바운드 부문 국내선수 7위, 야투성공률 전체 11위다. 10개 구단 백업 빅맨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이다. 신인으로 프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재환도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반 좀처럼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며 벤치를 지킨 김재환은 지난달 중순부터 차츰 기회를 잡으며 출장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경기당 15.7분을 소화하고 있는 김재환은 평균 1.9점·3.1리바운드·야투성공률 56.5%로 기록 자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진 감독으로부터 부여받은 15분 안팎의 출장시간은 김재환이 기대이상으로 쓸모있는 선수라는 것을 나타낸다. 김재환은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그리고 스크린 등 궂은 일과 허슬 플레이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연세대 시절부터 전형적인 블루워커로 명성을 떨친 김재환은 프로에서도 블루워커형 토종 빅맨이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토종 빅맨으로서 당당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한정원과 김재환은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 성공시대까지 열어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사장되고도 남았을 2라운드 출신 토종 빅맨들의 가파른 성장은 향후 프로농구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