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 '1순위'
OSEN 기자
발행 2007.12.28 08: 0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외국인선수 수준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프로농구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3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부산 KTF가 올 시즌에 몰락 일보 직전까지 간 데에는 외국인선수 선발 실패가 절대적이었으며 대구 오리온스가 최하위로 추락한 것 역시 외국인선수들의 줄부상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시즌 전 약체로 평가된 안양 KT&G가 단독 2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에는 외국인선수들의 힘이 크다. 올 시즌 KT&G는 외국인선수 득점 비율이 49.2%로 전체 2위다. 그리고 KT&G에는 득점랭킹 전체 2위 마퀸 챈들러(25·196cm)가 있다. 챈들러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 단테는 잊어라 KT&G는 지난 시즌까지 단테 존스의 팀이었다. 주희정이라는 특급 포인트가드가 있었지만 존스의 득점포에 따라 팀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외곽을 넘나들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한 존스는 경기 외적으로도 화려한 쇼맨십과 팬 서비스로 홈 안양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구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과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단테 신드롬’과 함께 15연승을 달린 2004-05시즌 데뷔 초를 제외하면 존스는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때때로 존스는 이기적인 플레이와 마인드 컨트롤 실패로 팀에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존스에게 치우친 팀컬러도 문제였다. 존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팀 전체의 문제였다. 매경기 25점 안팎으로 고정적인 득점을 올려준 ‘득점기계’ 존스를 잃어버린 KT&G는 지난 7월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챈들러를 지명했다. 챈들러는 2005-06시즌 필리핀에서 평균 25.1점을 올리며 리그 MVP를 수상했고 호주에서도 평균 19.1점을 기록했다. 호주리그 스카우팅 리포트는 챈들러를 ‘골밑 플레이와 외곽슛까지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한 득점원’으로 평가했다. 전신 SBS 시절부터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었던 KT&G는 올 시즌 챈들러라는 새로운 득점기계를 통해 존스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이는 기대대로 현실화된 모습이다. 챈들러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5.4점을 올리며 ‘1순위 지명자’ 테런스 섀넌(전자랜드·26.8점)에 이어 득점랭킹 전체 2위에 올라있다. 허리 부상 탓에 2분23초밖에 출전하지 않으며 무득점에 그친 지난달 17일 원주 동부전을 제외하면 평균 득점은 26.5점으로 올라간다. 20점 미만 득점 경기는 3차례에 불과했고 40점대 고득점 2차례 포함 30점 이상 득점 경기를 8차례나 했다. KT&G가 치른 26경기 중 최다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19차례. 팀 내 최다득점 비율이 73.0%로 지난 시즌 존스(64.8%)보다 높다. 챈들러는 야투성공률(50.1%), 3점슛 성공률(40.8%), 자유투 성공률(87.7%)을 합한 수치가 178.6으로 최정상급 슈터를 상징하는 ‘180클럽’에도 육박한다. 라이벌 섀넌은 야투성공률(51.7%)이 조금 더 높지만, 3점슛 성공률(27.4%)과 자유투 성공률(68.1%)이 챈들러보다 뒤진다. 지난 시즌 존스가 기록한 야투성공률(47.0%), 3점슛 성공률(36.7%), 자유투 성공률(75.8%) 모두 올 시즌 챈들러와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진다. 물론 프로농구 태동 이래 가장 높았던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수준은 올 시즌과 결코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상대성을 감안한다면 올 시즌 챈들러는 지난 시즌 존스의 그림자를 묵묵하면서도 꾸준하게 지워가고 있다. ▲ 팀플레이하는 득점기계 프로농구 출범 후 지난 11시즌 동안 득점왕을 배출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2003-04시즌 찰스 민렌드의 전주 KCC, 한 차례밖에 없었다. 득점왕과 우승은 양립될 수 없는 일종의 불가분의 관계였다. 대개 득점왕들은 독불장군식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도 많았으나 팀 자체가 득점왕들에게만 의존하는 편중된 농구를 하다 휘청거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득점왕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챈들러는 팀플레이어와 득점기계라는 걷기 어려운 정도를 기대보다 잘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팀플레이하는 득점기계’가 바로 챈들러인 것이다. 챈들러는 득점의 상당 부분을 개인기보다는 팀플레이에서 얻는다. 특히 외곽슛이 몰라볼 정도로 완벽해진 특급 포인트가드 주희정과의 2대2 플레이는 막기 어려운 주된 공격루트다. 스크린을 서고 외곽으로 빠진 후 주희정의 패스를 받아 3점슛을 던지는 픽앤팝 플레이는 챈들러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챈들러는 경기당 평균 2.56개의 3점슛으로 이 부문에서 당당히 전체 3위에 올라있다. 3점슛 성공률(40.8%)은 전체 9위로 3점슛 성공 개수 1·2위인 방성윤·이규섭보다도 높다. 과거 에릭 이버츠처럼 깔끔한 챈들러의 3점슛은 양과 질에서 리그 최고 수준이다. 줄곧 스몰포워드로 활약한 챈들러는 긴 슛 거리와 정확한 슈팅력을 바탕으로 하이포스트와 외곽에서 던지는 중장거리슛이 최대 장기다. 하지만 골밑 포스트업 능력도 결코 뒤처지지 않으며 속공에도 곧잘 가담한다. 내외곽에 걸쳐 득점루트가 다양한 것이 챈들러의 가장 큰 강점이다. 공격이 꽉 막혀 있을 때에는 개인기로써 득점을 올릴 정도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좋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중 팀플레이와 전술 이해도가 가장 뛰어나고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이 같은 유연함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챈들러는 “내 스타일은 없다. 감독의 지시대로 스타일을 바꾼다”고 말할 정도다. 챈들러는 득점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리바운드는 평균 9.4개로 팀 내 1위이자 전체 6위다. 어시스트는 평균 2.32개로 시즌 초반부터 활약한 외국인선수 중 3번째로 많다. 리바운드도 곧잘 잡아내며 골밑 높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는 챈들러는 공격에서 무리하지 않은 채 동료들에게 패스를 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외국인 파트너 T.J. 커밍스가 센터로는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공격에서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 대목도 챈들러에게는 긍정적이다. 득점 1위에 랭크된 섀넌과 동부 1위의 주역 레지 오코사 등이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득점과 팀 성적에서 모두 2위에 올라있는 챈들러가 이제 당당히 최고 외국인선수 1순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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