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T, '필연적 앙숙'으로 출발하나
OSEN 기자
발행 2007.12.28 09: 18

LG-KT, 프로야구판 첫 만남부터 악연으로 출발하나. 신생구단 KT의 출현으로 LG 트윈스는 중대한 난제를 만나게 됐다. 무엇보다 돈 문제다. KT의 전신격인 현대 유니콘스는 지난 2000년대 초 SK 와이번스 창단에 맞춰 연고권을 내주는 대가로 서울 입성을 보장받았다. 서울에서 기득권을 선점하고 있던 LG와 두산은 현대로부터 각각 27억 원씩 54억 원을 받는 조건에 이를 양해했다. 그 당시 SK가 연고권 매입 비용으로 내놓은 54억 원이 그대로 LG-두산에게 돌아갔으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현대는 일단 그 돈을 자신들이 썼다. 그러나 이후 모그룹의 가세가 기울자 현대는 임시거처 수원에 주저앉았고 54억 원 서울 입성비 지출은 불가능한 일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현대 해체 뒤 창단 수순을 밟는 KT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서울 무료입성을 보장받았다. 목동 구장 리모델링 비용(53억 원 추정)도 서울시가 부담하기에 사실상 공짜다. LG와 두산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올려받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27억 원 중 한 푼도 받지 못할 판이다. 여기다 KBO가 2007시즌 현대 운영비로 대출받아 쓴 131억 원의 부채에 대해서도 'KT는 현대를 인수하는 형식이 아닌 창단이기에 계승 의무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LG를 포함한 나머지 7개구단은 "프로야구 전체 이익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왜 KBO가 현대 한 구단에 몰아쓰는가"란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8개구단 체제 존속'이란 대승적 명분을 능가할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KBO 이사회 협의를 남겨두고 있으나 LG와 두산이 어떤 반대급부를 받을지 극히 불투명하다. 결국 KT가 서울에 들어오면 LG와 연고지 라이벌-통신 라이벌이란 2중의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SK-KT의 빅카드 구도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LG 역시 통신 빅3 기업 중 하나다. 반면 KT의 전신 현대 선수단은 2006시즌 직후 김재박 감독 이하 핵심 코치진을 LG에 빼앗긴(?) 아픔이 있기에 한이 쌓여 있다. 오죽하면 "LG보다 1승이라도 더 하는 것이 우리의 2007시즌 목표"란 뼈있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KT는 프로야구판에 뛰어들자마자 본의 아니게(?) LG의 '재산권(권리비용)'과 '주거권(서울 연고)'을 침해했다. 가뜩이나 재계 라이벌 삼성, 서울 라이벌 두산, 전통의 라이벌 KIA, 신흥 라이벌 SK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LG로선 또 하나의 거대한 앙숙을 추가하게 된 셈이다. sgo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