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기 선수의 병력들이 끊임없이 밀려나옵니다. 결국 박정석 선수, 멋지게 싸우고도 패합니다. 박정석 선수의 얼굴에 진땀이 흘려나옵니다." .(정소림 캐스터)
"박정석 선수의 자신감이 문제라는 말이 맞나봅니다. 이런 경기에서 역전을 당하면 자신감이 두 배로 떨어집니다.".(김창선 해설위원)."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KTF-이스트로전을 중계한 김창선 해설위원과 정소림캐스터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프로리그 8연패를 당하고 있는 박정석(24, KTF)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베테랑 방송인으로 김창선 해설위원과 정소림캐스터는 명쾌하고 냉정한 중계로 알아주는 방송인이지만 아홉수에 고생하는 박정석의 고전에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지난 11월 5일 임재덕과 조합을 이뤄 4연승을 내달리며 79승을 기록할때만 해도 프로리그 최초 80승 달성은 박정석의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
박정석은 평소에도 소문난 연습벌레.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제일 마지막까지 2군들과 훈련을 하는 모습을 기자도 종종 보곤했다. 자체내부 평가전 성적도 좋지만 거듭되는 패배에 온게임넷 김정민 해설 위원은 "박정석이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계속 되는 패배에 그 원인인 것 같다"고 안타깝게 여겼다.
박정석의 후기리그 성적은 6승 10패. 개인전은 7연패 중. 후기리그 중반까지 6승 2패를 기록하던 당시상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지금 8연패 중인 박정석이 다시 우뚝 서는 길은 경기 중반 이후 무너지는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 스스록 극복하는 길밖에 없다.
온게임넷 김정민 해설위원은 박정석의 부진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을 했다. 박정석은 2001년 데뷔한 7년차 베테랑 프로게이머로 상대 선수들이 그를 공략하는 방안을 상당히 연구한데 비해 그는 모든 상황을 너무 많이 알어 중요한 순간에 너무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개인전과 팀플레이 중 한 가지를 집중하지 못했다는 선택. 맵을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해 중반 이후 깔끔하지 못한 경기로 역전을 허용하고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도 단조로운 공격으로 승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창선 해설위원은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박정석 선수에게도 작용하는 것 같다. 연속된 패배가 선수의 자신감을 너무 많이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박정석은 7년차 베테랑 프로게이머이지만 우리나이로 25세의 젊은이다. 지금 겪는 좌절과 실망은 베테랑답게 으레 감수해야 할 시련의 과정이라고 여겨야 한다. 어떤 선수도 나가는 경기마다 승리만 기록하는 선수는 이 세상에 없다.
박정석에게 2006년 프링글스 MSL 탈락 이후 2007년 다음 스타리그로 개인리그에 복귀하던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게 하고싶다. 1년 넘게 개인리그 공백을 가볍게 훌훌털고 일어나던 그 당시의 마음가짐이 지금 박정석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박정석은 재능 못지하게 꾸준한 노력으로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뛰어난 선수라는 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 자신감의 회복이다. 지금 닥친 시련을 훌훌털고 일어서는 '영웅' 박정석을 기대해 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