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외국인선수가 투수 쪽으로 편중되고 있다. 2007년 한 해 8개 구단이 기용한 외국인선수는 모두 22명으로 이 가운데 15명이 투수였다. 시즌을 마칠 때에는 8개 구단 16명 중 12명이 투수였다. 이 같은 외국인선수 투수 편중 기조는 200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과 KIA가 기존 투수 2명에서 투수·타자 1명씩으로 선회한 대신 LG와 롯데가 투수 2명으로 외국인선수 진용을 갖출 계획. 이 가운데 이목이 집중되는 건 2년차 외국인 투수들이다. 아직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내년에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차 외국인 투수가 5명이나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종전 2년차 외국인 투수들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스포츠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야구에서였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분석과 공략에 심리적인 면까지 가미되는 야구에서 신인선수와 외국인선수들이 2년차 시즌을 슬기롭게 보내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에서 ‘용병’으로 불리는 외국인선수들은 언제 어떻게 운명이 달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은 존재다. 외국인선수들이 머나먼 이역만리의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2년차 시즌 높아진 기대치와 상대팀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된 1년차 시즌과 비교할 때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2년차 시즌이다. 그동안 2년 연속으로 한국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은 모두 17명이었다. 이 가운데 1년차 시즌과 비교할 때 가장 성공적으로 2년차 시즌을 보낸 외국인 투수들로는 개리 레스, 맷 랜들, 미키 캘러웨이, 세스 그레이싱어를 손꼽을 수 있다. 2001년 KIA에서 7승9패 방어율 4.34로 평범한 성적을 남긴 레스는 2년차가 된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 16승8패 방어율 3.87로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05년 첫 해 12승7패 방어율 3.25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랜들은 이듬해 2년차 시즌에는 16승8패 방어율 2.95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과시하며 한국에서 롱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캘러웨이도 2005년 16승9패 방어율 3.97을 기록한 데 이어 2년차였던 2006년에도 14승7패 방어율 2.87로 기세를 이어갔다. 2005년 후반기부터 합류한 그레이싱어는 6승6패 방어율 3.93으로 적응기를 거친 후 2006년 14승12패 방어율 3.02로 맹활약했다.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첫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2003년 다니엘 리오스, 2006년 팀 하리칼라, 2007년 제이미 브라운도 비교적 성공적인 2년차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평범하거나 실패한 2년차 외국인 투수들이 많았다. 1998년 LG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며 4승7패21세이브 방어율 3.56을 기록한 마이클 앤더슨은 이듬해 쌍방울로 이적하며 2년차 시즌을 맞았으나 2승9패 방어율 6.75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 구단 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기억되는 대니 해리거도 2000년 17승10패 방어율 3.12를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2년차 시즌 8승11패 방어율 4.62로 추락하며 재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외 2001년 마이크 파머, 2003년 나르시소 엘비라, 2003년 마크 키퍼도 2년차 때 성적이 급락하며 시즌 중 퇴출되거나 트레이드됐다. 2002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와 2005년 호세 카브레라는 부상에 울어야 했다. 2000년 에밀리아노 기론, 2001년 빅터 콜, 2003년 레닌 피코타 등은 1년차와 비교할 때 조금 나아졌거나 평범한 성적을 올리는 데 만족했다. 근년 들어서는 초창기와 달리 2년차 시즌 들어 급격하게 추락하는 외국인 투수가 많지 않지만 최근 프로야구가 극심한 투고타저 양상을 보였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투고타저 양상의 주된 이유가 바로 외국인 투수들이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 2008년 2년차 외국인 투수들 2008년 2년차 외국인 투수로 활약할 선수는 최대 5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LG는 올 시즌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크리스 옥스프링과 재계약을 확정지었다. 우승팀 SK는 ‘외국인 원투펀치’ 케니 레이번-마이크 로마노와의 재계약이 긍정적이다. 다만 레이번의 경우에는 일본행이 변수다. 한화는 세드릭 바워스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며 재계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KIA에서 뛴 제이슨 스코비는 시즌 후 감독 교체와 서재응의 영입 등 계속된 외풍으로 재계약 포기와 성공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하지만 KIA는 서재응의 영입으로 스코비와의 재계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내년 시즌 최초로 2년차 외국인 투수가 5명이나 활약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2년차 시즌 참가가 확정된 옥스프링은 제2의 그레이싱어, 제2의 하리칼라를 꿈꾸고 있다. 그레이싱어와 하리칼라는 지난 2005시즌 후반기를 전후로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적응기를 거친 후 이듬해 완벽하게 제 기량을 펼친 경우다. 올 시즌 전반기 막판 LG에 합류한 옥스프링도 후반기 안정된 투구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리그 적응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고 내년 시즌에는 풀타임으로 완전한 성공을 노리고 있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4승5패 방어율 3.24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았지만,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은 무려 6.21이닝이었다. 팀에 몇 안 되는 이닝이터로서 LG 선발진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번과 로마노는 29승을 합작하며 SK 우승에 앞장섰다. 레이번은 32경기에서 17승8패 방어율 3.27로 활약했다. MVP 리오스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로 1군에서 활약한 SK 투수 중 유일하게 선발투수로만 활약했다. 로마노도 시즌 초반에는 국내 리그 적응에 다소 고전했으나 한 차례 고비를 넘긴 후 괜찮은 성적을 냈다. 올 시즌 32경기에서 12승4패 방어율 3.69를 기록했다. 선발등판뿐만 아니라 구원등판까지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팀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투수 모두 압도적인 힘이나 특정한 구질보다는 힘과 기교를 섞은 투수들로 특별한 슬럼프 기미는 보이는 타입은 아니다. 사령탑이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도 이들이 과거 실패한 2년차 외국인 투수들처럼 성공에 자만한 나머지 빈둥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두 투수 모두 올 시즌 중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다녀왔다. 세드릭과 스코비도 선발투수로서 꽤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세드릭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1승13패 방어율 4.15를 기록했다. 볼넷이 무려 104개로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1위였지만 대신 9이닝당 탈삼진은 7.96개로 선발로만 활약한 투수들 가운데 전체 1위에 올랐다. 시즌 중 퇴출 위기도 맞았으나 김인식 감독이 팀을 위한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계속해 안고 가기로 했다. 한화가 월등한 기량의 외국인 투수를 확보하지 않는 한 세드릭은 내년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을 것이 유력하다. 스코비는 시즌 중 대체 외국인선수로 KIA에 합류해 22경기에서 8승10패 방어율 3.92라는 비교적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선발등판한 20경기 중 1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거둘 정도로 안정된 투구내용을 보였다. 올 한 해를 적응기라고 고려할 때 내년 시즌에는 더욱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역대 2년차 외국인 투수들은 1년차(3.69)보다 2년차(3.88)에 평균 방어율이 상승했다. 구질 및 투구패턴의 노출과 자기 계발의 부족이라는 뚜렷한 요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년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1년차(3.62)보다 2년차(3.06)에 평균 방어율이 더욱 좋아졌다. 계속되는 투고타저 흐름과 함께 각 팀들이 검증된 외국인 투수들을 선호하는 명백한 수치적 이유다. 옥스프링-레이번-스코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