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현대를 넘겨받아 프로야구계에 뛰어들려는 KT가 나머지 7개 구단으로부터 태클을 당하고 있다. 지난 27일 KBO와 KT가 동시에 야구단 창단을 발표한 후 기존 7개 구단은 마뜩찮은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가입금 60억 원’에 서울 연고권까지 얻어서 창단한다는 점에 곱지 않은 시선이다. 급기야 기존 서울 연고구단인 LG와 두산은 28일 ‘절차를 무시한 KT의 서울 연고 창단 반대’라는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시한에 쫓겨 KT에 너무 헐값에 야구단을 넘겼다는 지적과 함께 KT도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투자하라’는 기존 구단들의 요구가 쏟아지는 시점서 과연 나머지 구단들은 정당한 대가를 치르며 야구판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뒤돌아본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부터 야구단 탄생 비화를 꿰고 있는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현재 8개 구단들은 모두 현재 연고에 대해 당위성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프로야구 출범 때는 모든 팀들이 서울을 1순위로 요구했다. 하지만 창업주들의 기업 태동지나 고향 연고에 따라 교통정리가 됐다”면서 구단들의 탄생 내력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도 1순위는 서울이었지만 MBC에 밀린 뒤 이병철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하고 당시 이선희, 황규봉 등 스타들이 많은 대구를 연고지로 정했다. 롯데는 역시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고향(울산)과 가까운 부산을 택했고 해태는 창업주 고향인 광주를 정했다. OB(현 두산)는 서울에서 밀린 뒤 3년 후 서울 입성이라는 조건을 달고 태어났다. 인천은 원래 연고 기업이 없었는데 삼미가 뛰어들었다. 그래서 6개 구단으로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이어 이상일 본부장은 “1985년에는 빙그레(현 한화)가 창업주 고향인 충청도를 기반으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게 됐다. 당시에는 빙그레와 동아건설이 경합을 벌였으나 빙그레가 충청지역 야구계의 탄원서까지 제출해 최종 낙점됐다”면서 “1991년에는 쌍방울이 전북을 연고로 탄생, 현재의 8개 구단 체제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LG는 1990년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30억 원을 들여 MBC를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 본부장은 “그 후 KIA가 2001년 해태를 210억 원에 인수하며 모기업의 생산 공장이 있는 광주에 뿌리를 내렸고 SK가 2000년 250억 원을 들여 쌍방울을 모태로 전주에서 인천으로 연고지를 전격적으로 옮기며 프로야구를 시작했다”며 8개 구단 탄생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현재 매각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는 삼미-청보-태평양을 이어온 구단으로 1996년 430억 원에 태평양을 인수하며 야구계에 뛰어들었으나 2000년 서울 입성을 노리고 기존 연고지 인천을 떠난 뒤 모기업의 지원 중단으로 해체 직전에 놓였다. 이상일 본부장이 밝힌 구단들의 탄생 역사를 살펴볼 때 당당하게 KT의 ‘서울 입성’을 결사반대할 구단은 LG 외에는 없는 셈이다. 다른 구단들은 탄생 때부터 당위성을 갖고 현재 연고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비용을 치르고 서울 연고권을 산 구단은 LG 트윈스밖에 없다. KBO와 KT가 반대에 부딪힌 야구단 창단과 서울 연고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기존 구단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하는 한편 현실적인 투자로 난관을 돌파해야 할 전망이다. sun@osen.co.kr KBO 이사회.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