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민(24). 요새 이 이름 석 자가 온라인에서 난리다. 한 마디로 네티즌을 안달하게 하고 있다.
그 흔적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고스란히 남는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시작했는데 카메라가 한다민의 얼굴을 잠깐씩 훑고 지나갈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치솟는다. 지난 주말은 그 결정판이었다. KBS 2TV ‘스타골든벨’과 ‘스펀지 2.0’에 연속으로 출연했는데 두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동안 ‘한다민’이라는 이름은 내내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은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펑’ 하고 나타난 벼락스타가 아니냐는…. 하지만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다민이 지금의 연예 기획사 관계자와 만나 일을 준비한 것이 벌써 6년째다. 한영외고 3학년 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난 겨울에 연예 기획사를 만났고 그 사이 올초에는 경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결국 대학 5년(두 학기를 휴학)과 2006년까지 6년의 세월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 영화 드라마에서 조금씩 배역을 늘려가며 내공을 쌓았다. CF에서는 2004년 크라운제과로 데뷔했고 영화는 2005년 ‘카리스마 탈출기’(2006년 3월 개봉)로, 드라마는 2006년 KBS 1TV ‘서울 1945’로 데뷔했다.
그래도 한다민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녀가 지금까지 맡았던 드라마의 배역을 추적해 보자. ‘서울 1945’에서는 석경(소유진 분)이 운영하던 모던클럽의 창단멤버로 출연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며 고급 정보를 빼내던 인물이었다. 이어 KBS 2TV ‘투명인간 최장수’에 여순경으로 잠깐 출연했고 MBC TV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서 간호사로 7개월 간 고정 배역을 맡았다.
한다민의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올초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한다민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몰래 도망가는 미혼모 역을 맡았는데 방송 후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도대체 ‘그 미혼모가 누구냐’는 궁금증이 드라마 게시판에 빗발쳤지만 불행히도 그녀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어 출연한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한다민은 매력을 발하기 시작한다. 진하림(김동욱 분)의 여자 친구 별이로 등장해 존재감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SBS TV ‘왕과 나’에서는 한 많은 공혜왕후 역을 맡았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당초 계획보다 목숨이 연장되는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다민은 왜 이렇게 먼 길을 다 밟아 가고 있을까. 그만한 매력이면 지름길도 있을 텐데…. 이런 질문에 대한 한다민의 대답은 명쾌하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다민은 또록또록한 목소리로 “과정이 더디다 생각 안 해요. 한 때는 누구나 방송에 나갈 수 있고 나가면 다 뜨는 줄 알았는데, 어릴 때 생각이었어요. 앞으로 몇 십 년 이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또 어떤 배역을 맡을 지도 모르는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게 장래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은 소속사가 더 뚜렷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아트아크 양종대 대표는 “사실 배우보다 우리가 더 마음이 조급하죠. 하지만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이잖아요. 덜 다듬어진 배우를 가볍게 내놓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정도 갖고는 아직 아닙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이 정도 되면 한다민에게 연예인이라는 것은 별천지에 사는 스타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직업인이다. 실제 연기자에 대해 느끼는 마음이 그랬다. “드라마 ‘왕과 나’를 하고 나서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웠어요. 이 길로 계속 가야 되나 하고 말이죠.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고,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다 싶은 느낌이 드니까 더 많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분량은 늘었는데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나, 나는 아직 이것밖에 안 되는데…. 이런 생각들이죠.”
현재 한다민의 심정은 대학 졸업생이 진로를 고민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아직은 짧게 일하고 많이 쉬니까,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저를 허무하게 만들어요. 때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해요. 가끔씩 그들이 건네주는 명함이 부럽더라고요.”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은 것도 드라마에서 좀더 편안한 얼굴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양종대 대표는 “사실 신인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가서 존재감을 얻기는 쉽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좀더 친숙한 얼굴이 되기 위해서에요. 물론 그 과정에서 이름을 얻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어떤 드라마에 나온 누구’라고 길게 설명을 해야 존재가 확인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얻고 나면 그 연결이 쉽지 않겠어요?”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대로 한다민은 자연미인이다. 한쪽 눈에 쌍꺼풀이 없는 짝눈이라 지금도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고 다닌다. 앞니 사이가 약간 벌어져 5개월간 치아교정을 한 게 얼굴에 투자한 현대의술의 전부다. “지금은 특별히 고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정말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어쩔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기로 버텨요. 주변에서 하도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하는데 그 얘기를 듣다 보면 제 얼굴을 다 뜯어 고쳐야 돼요. 수술도 프로페셔널한 상황이 되면 생각해 볼 거에요.”
순수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어릴 때 딴 단증이긴 하지만 태권도 2단에 농구 배구 축구 등 공을 갖고 하는 스포츠는 뭐든지 좋아한다. 학창시절 농구대잔치 실업배구 중계에 눈을 꽂아놓기도 했고 박세리가 미 LPGA에서 맹활약할 때는 새벽까지 중계에 매료되기도 했다.
타고난 완벽주의적 성격 탓에 준비되지 않은 것을 보여주기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그녀다. 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보통 학생으로 정규대학을 졸업도 했다. 직업인으로의 연예인에 대한 철학도 분명해졌다. “연기자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처음부터 주연배우들과 비교한 적이 있었어요. 돌아온 것은 자학이었죠. 태어나자 마자 처음부터 뛰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이제는 일을 즐기면서 하자는 마음이에요.” 팬들에게 남은 일은 유심히 한다민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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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