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서울 연고권과 KT의 입성
OSEN 기자
발행 2007.12.29 14: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모태로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KT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암초를 만났다. 60억 원의 가입금으로 KT의 서울 입성을 놓고 서울 빅마켓을 양분하고 있는 두산과 LG가 급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두산과 LG는 지난 28일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절차를 무시한 KBO의 일방적인 발표를 수용할 수 없으며 절차 준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두산과 LG뿐 아니라 나머지 지방구단들도 KT의 서울 무혈입성을 놓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서울이라는 황금어장은 이처럼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황금어장 서울 서울 연고지는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프로야구 최초 출범팀 두산은 서울을 연고로 출범했다. 뒤이어 프로야구 참가를 확정한 롯데도 처음에는 서울 연고권을 희망했다. 하지만 연고지 서울을 창단조건으로 내건 팀으로는 MBC가 있었다. MBC의 참가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상주 수석비서관이 ‘방송이 참여해야 프로야구의 붐 조성 및 확산에 도움이 된다. 붐이 조성된 이후 MBC는 손을 떼면 된다’고 대통령을 설득시켰다. 그러나 당시 MBC 이진희 사장은 서울을 둘로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프로야구 출범에 큰 진통을 일으켰다. 하지만 구단주로서는 당연한 반대이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서울 연고권 문제는 결국 정치의 힘을 빌려야 했다. 5공 실세 중 하나였던 이학봉 민정수석비서관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문제는 실마리를 찾았다. 두산이 1984년까지 3년간 대전을 임시연고지로 삼은 후 1985년부터 서울에 완전 입성하는 조건이었다. 두산은 3년 동안 서울지역 출신선수 지명권의 ⅓을 행사했다. 1983년 신인왕 박종훈과 1986년 입단한 박노준이 대표적이었다. 두산은 OB라는 이름으로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으며 MBC는 컬러TV 방송이 보급·실시된 시점에서 TV 중계와 하이라이트 방송을 물량으로 퍼부으며 프로야구 붐 조성에 앞장섰다. 이후 LG와 두산으로 이름을 바꿔 양분된 서울 연고권은 2000년을 전후로 다시 큰 회오리가 몰아쳤다. 현대가 인천을 떠나 서울에 입성하려고 한 것이었다. 신생팀 SK는 인천·경기·강원 연고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현대에 54억 원을 지불했다. 현대는 SK에게 받은 54억 원을 27억 원씩 두산과 LG에게 지급하고 어떻게든 서울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그룹 ‘왕자의 난’으로 재정 사정이 크게 나빠진 현대는 54억 원을 모두 구단운영비에 소진하고 말았다. 현대는 임시거처로만 생각했던 수원에만 무려 8년이나 머무는 서글픈 유목민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현대가 인천을 버리는 무리수를 감수하고 서울에 진입하려고 한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서울이라는 ‘황금어장’ 때문이었다. 수도 서울에는 무려 10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전체 수도권을 포함하면 물여 2000만 명이라는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비시장이다. 1990년 이후 올해까지 18년 가운데 무려 16차례나 관중동원 1위팀은 서울구단들의 몫이었다. ‘인기구단’ LG는 1993년부터 2005년까지 13년 연속 관중동원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두산이 관중동원 1위를 차지했다. 언론노출에 따른 광고수입과 같은 유무형적 요소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서울에는 고교 선수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현재 고교야구팀은 55개에 불과하지만 이 중 14개교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인천·경기·강원(13개)-광주·호남·제주(8개)-부산·경남(8개)-대구·경북(6개)-대전·충남(6개)가 뒤를 잇고 있지만 서울이 양적·질적으로 선수자원이 가장 풍부한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올해 신인왕은 서울고 출신 임태훈이다. 서울이라는 시장은 경제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있으며, 비록 2년 후에는 전면 드래프트제 실시로 이점이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선수시장도 서울이 가장 좋다. 서울을 놓고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KT의 서울 입성 KT는 현대 인수 대신 해체 후 창단이라는 방식을 취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해체 후 창단 형식을 통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구단은 SK밖에 없다. SK도 창단 초기에는 서울 연고권에 대한 의지가 있었으나 현대의 서울 입성 의지와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 당시 쌍방울을 모태로 출범한 SK는 가입금 46억 원을 비롯해 총액 250억 원을 쏟아부었다. 250억 원 중에는 인천·경기·강원 연고권을 넘겨받은 현대에게 지불한 54억 원도 포함돼 있다. SK는 전력기반이 취약한 쌍방울을 모태로 출범했지만, 최신식 메이저리그급 문학구장을 확보하는 등 지불할 것은 지불하고 챙길 것은 모두 챙기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KT는 매각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게 됐다. KBO가 KT에 내건 가입조건은 가입금 60억 원이 전부다. KBO가 올해 현대 구단 운영비로 지급보증을 선 131억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공짜로 거저 준다고 해도 구매자가 없는 프로야구단 사정을 비추어 볼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서울 무혈 입성이다. 올초 현대 인수 의지를 보이다 거센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농협중앙회는 서울 입성을 위해 현대의 54억 원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KT는 서울 입성 비용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태다. 여기에 홈구장으로 활용할 목동구장을 개보수하는 데 드는 53억 원에 가까운 비용도 애초부터 서울시가 부담하기로 된 상황이다. 안산 돔구장 우선사용권 확보도 빼놓을 수 없는 특혜 중 하나다. 한국시리즈 우승 4회에 빛나는 현대를 모태로 창단하는 KT는 서울 및 경기에 기반을 두는 대형구단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서울구단들은 물론 지방구단들로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나머지 7개 구단들은 ‘8개 구단 체제 유지’라는 대전제에는 충분히 동의하고 있지만 프로야구단 자산가치를 더욱 더 깎아먹을지도 모를 KT의 서울 무혈 입성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려운 시기, 위기에 처한 프로야구에 뛰어든 것을 감안해도 KT에 대한 창단 특혜가 과하다는 지적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SK도 창단 특혜를 충분히 누렸지만 대가는 충분하게 지불했다. KT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창단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프로야구 가치가 제 아무리 떨어졌다 하더라도 불합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보다 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린 시점에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는 KT에게 과거 사례와 창단 특혜를 당당히 논할 수 있는 구단도 많지 않다. “KT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결국 회원이 되면 스스로 구단 자산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은 KT가 당당히 돈을 지불하고 프로야구와 서울에 입성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가 창단과 함께 공룡구단이 된 데에는 그들이 지불한 470억 원이라는 거액이 있었다. KT가 국내 최대 통신기업이자 재계서열 7위의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서울에 입성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면 서울 구단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하거나 지방 구단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한다. 서울의 연고권을 놓고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 게 안타깝지만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KT가 내년 시즌부터 홈 구장으로 사용할 목동구장. 현재 개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김영민 기자 ajyoung@oes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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