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백지 상태와도 같다. 내가 연기 한 만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랜 연극무대에서의 활동을 거쳐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박희순(37)이 영화 ‘헨젤과 그레텔’(임필성 감독, 바른손 제작)을 통해 또 한가지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그것은 다른 아닌 어린 연기자들과의 호흡이다.
잔혹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박희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집사로 영화 중반에 등장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 잔혹한 원장 아버지라는 캐릭터를 통해 후반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이들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1인 2역을 맡은 박희순은 은원재 심은경 진지희 등 아역 3인방과 호흡을 맞췄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악역이다 보니 서로 친해지면 안될 것 같아서 처음 두 달 동안은 말도 안하고 무서워보이도록 노력했다. 천정명이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같은 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꾹꾹 참으며 버텼다”고 영화 촬영 초반의 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박희순의 이런 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일반 연기자들보다 집중력이 훨씬 뛰어났다. 마치 백지상태와 같아서 내가 연기를 하는 만큼 되돌려 받았다. 그래서 괜히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먼저 둘째를 맡은 심은경에 대해 “원장 아버지 역을 하면서 실루엣만 나오는 상황에서 대사를 던졌더니 (심)은경이의 감정 연기가 잘 안나왔다. 그래서 일부러 광기어린 눈으로 리액션을 했더니 은경이가 공포에 떨면서 연기를 하더라”며 “대충 해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막내 진지희는 “촬영장에서 ‘여사’라고 불릴 만큼 주장이 똑바른 아이였다. 내게 ‘두 호흡 있다가 해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했는데 리액션에 관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첫 째 은원재와의 호흡은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캐릭터 때문인지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재가 만복이라는 캐릭터에 눌려 에너지가 드러나지 못했지만 노력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래서 ‘네가 최고야!’라고 격려를 해줬더니 자신감을 붙었는지 훨씬 잘했다”고 소개했다.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박희순은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을 통해 또 한번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스스로 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기파 배우 박희순이 세 아역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열연한 ‘헨젤과 그레텔’은 2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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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