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이기주의'에 발목 잡히나
OSEN 기자
발행 2007.12.30 19: 14

결국 판이 깨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구걸하다시피해서 구해온 구매자가 있음에도 일부 판매자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인해 뒷걸음질 칠 위기에 이르렀다. 자칫하면 18년 만에 판이 축소되면서 퇴보의 길로 접어들 지경에 놓였다. 1년간 프로야구의 고민거리였던 현대 매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7일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현대를 대신할 신규회원 후보라고 발표했다. 가입금 60억 원을 내고 현대를 모태로 해서 재창단, 서울 연고로 내년 시즌을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서울 연고권을 무상으로 내주게 된 기존 구단인 두산과 LG가 28일 ‘KBO의 절차를 무시한 KT 서울 연고 창단 반대’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2000년 현대가 인천 경기 강원 연고권을 SK에 넘겨주고 받아 서울 입성금으로 내기로 한 54억 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였다. 나머지 기존 구단들도 서울팀 LG나 두산처럼 드러내 놓고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심정적으로는 ‘KT가 너무 헐값에 신규회원이 된다’는 점에는 못마땅해 했다. 그래도 ‘판을 깨자’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울 구단들의 반대에 급기야 KT는 30일 ‘기존 구단들이 반대하면 창단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KT로서는 KBO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고 마지못해 창단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헐값 입성’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당황해하며 발을 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KBO가 기존 구단들의 충분한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섣불리 인수 구단을 밝힌 것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KBO로서는 12월말까지는 인수 기업을 찾아야 정상적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시한에 쫓긴 나머지 완전협상을 끝내기도 전에 발표를 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그러나 KBO의 미숙함보다 구단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가 프로야구의 최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8개 구단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판을 깰 수도 있는 반대는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KT가 창단을 철회하고 7개 구단으로 가게 된다면 프로야구는 퇴보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프로야구의 가치가 높아지기는 커녕 더 떨어지면서 기존 구단들도 어려운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판을 축소하자’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KBO와 기존 구단들이 지혜를 모아 모처럼 나타난 든든한 기업인 KT의 창단 불씨를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야구 역사에 죄인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sun@osen.co.kr KBO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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