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에 매인 몸이라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프로야구가 퇴보되는 것만은 막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들이다.
KT의 현대 인수 문제가 기존 서울 구단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야구계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자칫하면 내년 시즌을 8개 구단이 아닌 7개 구단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8개 구단의 감독들은 한결같은 심정으로 현대 야구단이 살아남아 8개 구단으로 내년 시즌이 유지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구단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같은 야구인들인 이들은 “감독들 이름으로 성명서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며 현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현재 8개 구단 감독들 중에서 노장인 김성근(65) SK 감독과 김인식(60) 한화 감독은 적극적으로 ‘8개 구단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일단 8개 구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단간 이해 협상은 그 다음 일”이라며 구단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주기를 기대했다.
또 김인식 감독은 “일이 잘못되서 7개 구단이 되면 야구 역사에 죄짓는 일이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KT를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사령탑으로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한 김시진(49) 현대 감독도 “프로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8개 구단으로 가야 한다. 현대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야구 전체의 일”이라며 하루빨리 현대 사태가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현장 감독들이 이처럼 ‘8개 구단 유지’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7개 구단으로 갔을 경우 프로야구는 물론 한국야구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당장 게임수가 줄어들어 수익성이 더 떨어지고 전력차가 더 심해져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여기에 프로야구 선수가 줄어들면서 아마야구에서 선수들이 감소해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감독들 뿐만 아니라 선수협, 일구회 등 야구 관련단체들이 일제히 ‘KT의 프로야구 참가 추진’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낸 것도 이런 한국야구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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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신상우 총재 주재로 열린 감독자 회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