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송일국과 '금와' 전광렬이 씁쓸한 올 연말을 보내고 있다. 경쟁자들에게 직접 큰 상을 안겨주면서도 활짝 웃어야했던 게 이들의 아이러니다. 지난해 MBC의 국민드라마 '주몽'으로 대한민국 방송계를 평정했던 두 사람은 올 해 약속이나 한 듯 SBS로 옮겨서 간판 드라마들을 찍었다. 송일국은 120억원 제작비를 들인 SBS의 야심작 '로비스트', 전광렬은 대하드라마 '왕과 나'로 지난 해 몸담았던 MBC를 압박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두 사람이 출연한 프로들은 MBC가 온 힘을 다해 미는 간판프로들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로비스트'는 제작비 430억원짜리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규모의 블록버스터 사극 '태왕사신기'보다 한 주 늦게 방영을 시작하며 뒤집기에 나섰다. '왕과 나'도 이병훈 PD의 '이산'과 월화 사극 시장에서 같은 시간대에서 정면으로 대결했다. 그러나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한류스타 배용준과 스타 PD 김종학, 송지나 작가를 앞세운 '태왕사신기'는 숱한 화제를 남기며 올 하반기 드라마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이에 비해 '로비스트'는 시종일관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시청자 반응까지 '기대 이하'로 나오면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거의 비슷한 시청률로 팽팽하게 진행됐던 '이산'과 '왕과 나'의 승부도 중반 이후 '이산' 쪽으로 빠르게 무게가 옮겨지고 있다. '이산'은 시청률 30%를 바라보며 달리는 반면 '왕과 나'는 10%대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허준' 등으로 사극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전광렬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법하다.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2007 MBC 연기대상'. 이날 시상식은 배용준에 의한, 배용준을 위한, 배용준의 행사로 치러졌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태왕사신기'와 배용준에게 상과 관심이 집중됐다. 최종 연기대상 발표 순간, 시상자로 나선 배우는 다름아닌 송일국. 지난해 '주몽'으로 MBC에 50% 시청률 대박을 안기면서 그가 받았던 상이다. 올 해 수상자는 배용준. '로비스트'에게 쓴 잔을 안겨준 적장 배용준에게 송일국은 트로피와 부상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전광렬도 최고 연기상 등을 시상하며 아직도 불꽃 승부를 계속해야할 '이산' 팀에 꽃다발을 안겼다. '적과의 동침' 만큼이나 속 마음은 씁쓸했을 두 스타, 송일국과 전광렬의 연말 MBC 연기대상 자리였을 터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