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지막 날, 연예계는 ‘공동 수상’이 화두다. 거대 지상파 방송사에서 마련한 각종 시상식에서 공동 수상자를 양산함으로써 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MBC ‘연예대상’에서는 두 팀, 7명(이순재와 ‘무한도전’ 팀)의 대상 수상자를 내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쳤고 이어 열린 ‘연기대상’에서도 황금연기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등의 이름으로 수상자를 남발함으로써 시상식이 아닌 집안잔치로 의미를 떨어뜨렸다. KBS 연예대상이나 SBS 연예대상도 대동소이했다. 31일 있을 KBS와 SBS의 연기대상에서는 또 어떤 공동 수상자가 탄생할 지 오히려 궁금증이 이는 실정이다. 자고로 상의 가치는 희소성과 정비례한다. 상이 적을수록 상의 가치는 높아지고 욕구 또한 상승한다. 그걸 뻔히 아는 방송사에서 왜 스스로 상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을 벌이고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아집이 존재한다. 주최측과 수상자 사이에 존재하는 팽팽한 줄다리기다. 주최측에는 수상자의 전원 참석을 요구하는 아집이 있다. 주최자는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맨 먼저 수상자의 시상식 참석 여부를 파악한다. 급기야는 그 대답에 따라 상의 색깔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리 수상’이라는 효율적인 제도가 있지만 상을 주는 처지에서는 이 태도를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수상자에게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상을 꼭 받아야 한다는 아집이 있다. “모월 모일 시상식에 참석할 텐데, 어떤 상을 주느냐”고 되묻는다. 주최측의 대답이 시원찮으면 “상도 못 받는 시상식에서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이 때부터 주최측과 수상자 사이에는 ‘거래’가 이뤄진다. 심한 경우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꼭 XX상을 달라”는 요구도 오간다. 공식석상에 ‘모시기’ 어려운 배우일수록 이러한 신경전은 날카로워진다. 피 말리는 기 싸움 끝에 밀리는 쪽이 양보를 하고, 시상식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화려한 조명과 요란스러운 음악, 박수와 환호 속에 열린다. 배우는 무대에서 환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마치 의외라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물론 개중에는 ‘상은 받지만 상의 색깔은 모르고’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거래’는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 방송사는 많아지고 배우는 귀해지면서 스타들의 권력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거대 방송사들조차 ‘모시기’ 위해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배우들이 많아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해법이 ‘공동 수상’이다. 공동 수상은 연예 권력의 복잡한 구조를 반영해 철저하게 안배 차원에서 이뤄진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 권력 집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시상식을 치른 방송국의 모 담당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주 이가 갈린다”고. 100c@osen.co.kr 7명의 공동 수상자를 낸 2007 MBC 연예대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