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외국인 타자 '믿을 만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12.31 16: 17

[OSEN=이상학 객원기자] 2년차 외국인 타자는 믿을 만한가. 삼성이 지난 29일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34)를 영입했다. 올해 리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에도 불구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과 외야 수비력 부족으로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크루즈이지만 적어도 타격 능력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평이다. 역대 2년차 외국인 타자들도 대체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2008년 크루즈에 대한 삼성의 기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 역대 2년차 외국인 타자들 프로야구에서 2년 이상 활약한 타자는 모두 21명. 이들의 1년차 때 성적은 타율 2할9푼7리·439홈런·1415타점에 장타율은 0.542였다. 그러나 2년차 때 성적은 타율 2할8푼7리·356홈런·1237타점에 장타율까지 0.499로 하락했다. 1998년 LG 주니어 펠릭스, 2004년 한화 에디 디아즈, 2001년 해태 헤수스 타바레스, 2003년 현대 마이크 프랭클린, 2003년 LG 브렌트 쿡슨 등이 1년차와 비교할 때 큰 폭의 추락선을 그린 탓이었다. 이 가운데 타바레스·프랭클린·쿡슨은 시즌 중 기량 미달을 이유로 퇴출되는 비운을 맛봤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2년차 외국인 타자들의 성적은 준수한 편이었다.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와 2004년 현대 클리프 브룸바는 가장 성공한 2년차 외국인 타자로 평가된다. 호세는 1999년 타율 3할2푼7리·36홈런·122타점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뒤 2001년에도 타율 3할3푼5리·36홈런·10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01년의 호세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 출루율(0.503)을 기록할 정도로 무서운 타자였다. 2003년 대체 외국인선수로 시즌 중반 합류, 타율 3할3리·14홈런·51타점으로 활약한 브룸바는 2004년 타율 3할4푼3리·33홈런·105타점으로 업그레이드된 활약을 펼쳤다. 호세와 브룸바는 1년차 때에는 볼넷보다 삼진이 많았지만 2년차 때는 삼진보다 볼넷이 월등히 많을 정도로 집중견제를 받았다. 1999년 타이론 우즈, 2000년 한화 제이 데이비스, 2000년 한화 댄 로마이어, 2000년 LG 찰스 스미스, 2002년 LG 매니 마르티네스, 2004년 로베르토 페레즈 등도 2년차 때 비교적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들.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타자들로 기억될 우즈·데이비스·로마이어의 경우 1년차 때 성적이 너무 화려한 나머지 2년차 시절 보여준 활약이 가려진 면도 없지 않았다. 이들 모두 1년차에 국내 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쳤지만 2년차에는 상대의 집중 견제라는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펠릭스와 타바레스처럼 1년차 시절 성공에 우쭐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2년차 때 성공은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몇 년간 투고타저 흐름과 함께 외국인 투수들이 떴지만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 투수들은 2년 연속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혹사에 매우 둔감한 국내 프로야구 풍토상 외국인 투수들은 단기간 승리를 위한 ‘소모품’이라는 인상도 강했다. 그에 비해 타자들은 소모품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한국식 투구패턴과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함으로써 2년차 때 위력을 더해 갈 수 있다. 야구는 적응의 스포츠이며 이는 투수보다는 매일 경기를 치르는 타자에게 더욱 적용되는 사례다. 물론 1년차 때보다 더 잘하려다 스스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알버트 푸홀스를 모델로 삼은 현대 래리 서튼이 대표적이었다. ▲ 크루즈의 성공 가능성 내년부터 삼성에서 뛰는 크루즈는 선동렬 감독의 첫 외국인 타자로 등재됐다. 안전지향주의 성향이 강한 선 감독이 크루즈를 외국인선수 중 하나로 영입한 데에는 이미 검증을 끝마친 타자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올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22홈런·85타점으로 활약했다. 타격랭킹 전체 6위, 홈런·타점 공동 4위에 랭크됐다. 장타율(0.550)과 출루율(0.422)에서도 각각 3위·5위에 올랐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는 0.972로 전체 5위. 외국인 타자 중에서는 브룸바(0.973) 다음으로 좋았다. 물론 한화 팀 내에서는 최고의 타격성적이기도 했다. 크루즈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가 매우 정확한 타자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크루즈는 삼진 73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을 69개나 얻어냈다. 볼넷/삼진 비율은 ‘0.95’로 2년 이상 활약한 역대 외국인 타자 1년차 성적 중에서는 최고로 좋은 기록이었다. 데뷔 첫 시즌부터 놀라운 타격과 함께 놀라운 선구안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크루즈를 데이비스와 비교하며 “비슷한 수준이다. 파워는 데이비스가 조금 낫지만 정교함은 크루즈가 더 낫다. 제일 중요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능력이 크루즈가 낫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사상 첫 2000안타를 친 양준혁(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도 선구안이었다. 대개의 외국인 타자들이 데뷔 후 2년차 때 선구안이 더욱 좋아졌으나 크루즈는 첫 해부터 무서운 선구안을 자랑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이 공갈포 성향의 선수를 그리 선호하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을 해준 4번 타자 심정수는 예외다. 크루즈는 가지고 있는 자질도 좋은 선수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덕아웃에서 경기 중 상대 투수의 장단점을 메모하는 것은 크루즈가 어떤 선수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노력하는 자세는 팀 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검증된 타자’ 크루즈가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었다. 내년에는 김태균-이범호보다 더 경험이 많고 위협적인 양준혁-심정수와 함께 한다는 점도 크루즈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우즈에게는 김동주와 심정수, 호세에게는 박정태와 마해영, 브룸바에게는 심정수가 있었다. 크루즈가 부상으로 잇지 못한 기세를 내년 삼성에서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다만 한 가지 변수로 걱정되는 크루즈의 나이는 기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 타율 2할9푼6리·29홈런·96타점을 기록한 2년차 로마이어의 나이는 35살이었으며 2001년 2년차 호세의 나이는 36살이었다. 물론 2006년 서튼은 36살의 나이에 무리한 거포 변신으로 실패한 바 있다. 내년이면 크루즈의 나이는 35살이 된다. 하지만 크루즈는 힘에 의존하는 타격이 아니라 기술과 파워가 적절히 어우러진 타격을 한다는 점에서 2년차 시즌에도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물론 올 시즌 후반기 발목을 잡은 왼쪽 아킬레스건이 완벽하게 치유되어야 함은 2년차 시즌 성공의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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