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프로야구, 8개 구단으로 가야 하는 ‘5가지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01.01 08: 17

KT의 현대를 모태로 한 신규 가입이 해를 넘기면서 한국 프로야구가 1991년 이후 7개 구단으로 시즌을 맞을 지도 모를 위기에 놓였다. 일선 감독을 비롯해 선수협, 일구회 그리고 기존 구단들까지 모두가 “8개 구단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구단간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KT의 신규 가입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야구계는 “7개 구단으로 퇴보하면 공멸”이라는 인식하에 8개 구단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KT의 ‘헐값 입성’으로 프로야구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8개 구단으로 프로야구가 치러져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한마디로 7개 구단이 되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 야구단이 공중분해되면 현대 선수단(70명) 및 프런트(40명)의 대부분이 야구판을 떠나야 하고 그에 따라 KBO, 심판진, 기록원 등이 1차적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당장의 피해 외에도 프로야구계에 7개 구단이 되면 미치는 악영향들을 알아보자 ▲돈벌이가 안된다 7개 구단이 되면 프로야구의 수입이 대폭 줄어든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총괄하고 있는 타이틀 스폰서를 비롯해 각종 부대사업 계약금이 예전만 못해진다. 지난 해까지 3년 연속으로 삼성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며 매년 50억 원 이상을 벌었으나 7개 구단으로 줄면 작년처럼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스폰서측이 기대한 홍보효과가 대폭 떨어지면서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스폰서 업체에서는 현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고 있다. 나아가 TV 중계권료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작년까지 연간 100억 원 정도를 챙겼으나 앞으로는 그 정도를 따낸다는 보장이 없다. 깎자는 말이 안나오면 다행이다. ▲관중수 및 수입 감소 지난 해 모처럼 관중 흥행몰이로 10년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7개 구단이 되면 관중유치가 힘들어진다. KBO에서는 8개 구단을 가정해 500만 관중을 목표로 삼았지만 7개 구단이 되면 400만 관중 동원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게임수가 팀당 많아야 120게임 정도로 작년보다 팀당 6게임이 줄어든다. 전체적으로는 168게임이 적어진다. 따라서 관중수입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지난 해에는 총 160억 원의 관중수입을 올렸지만 7개 구단이 되면 100억 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보효과가 떨어진다 매년 1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보면서도 구단들이 내세웠던 ‘홍보효과’가 뚝 떨어진다. 7개 구단이 시즌을 치르게 되므로 6개 구단이 맞대결을 벌일 때 한 구단을 쉬고 있어야 한다. 결국 언론과 팬들에게 1일 3경기만을 보여주게 돼 전체적으로 홍보효과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구단들이 가장 신경쓰는 TV 중계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이럴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비를 타낼 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적자가 나도 ‘홍보효과’를 무기로 모기업을 설득해서 지원을 타냈지만 7개 구단이 되면 내세울 것이 없어지는 셈이다. ▲흥미가 반감된다 선발 투수가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면서 경기에 흥미가 떨어진다. 이전까지는 각 구단이 매일 똑같이 경기를 함으로써 선발 투수 5명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등판했지만 7개 구단이 되면 선발 투수는 똘똘한 3명만 있으면 된다. 중간 중간 경기가 없어 쉬는 날이 생기므로 선발 투수를 3명만 갖고도 충분히 시즌을 치를 수 있다. 한마디로 선발 투수 ‘원-투-쓰리’만 필요해진다. 때문에 ‘투수놀음’인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강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전력차가 심해진다. 따라서 경기에 이변이 일어날 확률이 떨어지면서 팬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한다. 야수쪽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 지금은 주전들도 매일 뛰기가 힘들면 쉬게 되고 그 사이 후보들이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중간에 쉬는 날이 생기게 돼 주전들이 거의 전경기를 뛸 수 있게 되면서 후보 선수들이 성장할 틈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마야구가 위축된다 당장 구단이 한 개 줄면서 프로야구 선수 숫자가 줄어든다. 현대 선수 60명 중에서 웨이버 공시를 통해 타구단 유니폼을 입을 선수는 많아야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30명은 유니폼을 벗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여파는 아마야구계로 퍼진다. 가뜩이나 고교야구팀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야구 선수를 지망하는 유망주들이 줄어들 것은 뻔하다. 불똥은 유소년 야구로도 번진다. 지난 해 유소년 야구발전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늘어나고 있는 리틀야구에 선수 지망생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비단 아마야구 선수 숫자만 줄어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독 등 일선 지도자들도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게 된다. 선수가 없어지면 지도자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8개 구단에서 7개 구단이 되면 단순히 프로야구단 한 개가 줄어드는 이상의 폐해가 발생하게 된다. 8개 구단으로 가도 ‘프로야구 가치’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7개 구단이 되면 ‘도미노 해체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야구단 운영에 매력이 떨어지면서 프로야구에서 손을 떼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2008년에도 프로야구는 8개 구단을 유지해야 하고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sun@osen.co.kr 2007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8개 구단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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