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서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은 상을 받는 사람이다. 상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수상자 본인에게는 각각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수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고 울먹이며 소감을 털어놓는다. 시상식이 점점 흥미를 잃어갈 때는 상을 줄 사람이 많아질 때다. 시상의 묘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승부 속에서도 승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 치열한 순간이 시상식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새벽이 다 되는 시간까지 잠을 청하지 않고 TV 앞에 앉아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됐다. MBC 연기대상이 나눠먹기식 공동수상으로 문제가 되더니 31일 방송된 ‘2007 KBS 연기대상’도 공동수상으로 인한 시상식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공동수상은 기본이고 2관왕 3관왕은 필수였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 공동수상은 기본이다. 여자 최우수상에 김현주(‘인순이는 예쁘다’)와 채림(‘달자의 봄’)이 상을 나눠가졌다. 미니수목드라마 여자 우수상에서는 이다해(‘헬로! 애기씨’)와 한지민(‘경성스캔들’)이 공동 수상했다. 베스트커플상은 아예 3커플을 선정했다. 김지훈-이수경(‘며느리 전성시대’) 강지환-한지민(‘경성스캔들’) 박해진-한효주(‘하늘만큼 땅만큼)’로 베스트가 아닌 그냥 커플상에 다름없다. 조연상은 남녀 2명씩 총 4명의 배우에게 돌아갔다. 임혁(‘대조영’)과 이필모(‘며느리 전성시대’), 김혜옥(‘며느리 전성시대’)과 한고은(‘경성스캔들’)이 수상했다. 신인상도 공동수상이다. 김지석(‘미우나 고우나’) 김지훈(‘며느리 전성시대’) 박민영(‘아이엠 샘’) 이수경(‘며느리 전성시대’)이다. 공동수상자 명단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빗발쳤다. 2관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07 KBS 연기대상에서 최수종은 ‘대조영’으로 대상 외에도 네티즌상을 수상했다. 네티즌상 수상에서 짧게 소감을 발표하라는 스태프의 요구에 짧게 네티즌상을 받은 소감을 말한 최수종은 대상을 받을 때 다시 단상에 올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다시 발표했다. 신인상을 나란히 수상한 이수경-김지훈은 베스트커플상도 받아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박해진도 일일연속극 우수연기상을 포함해 베스트커플상을 받았다. 한효주 역시 인기상과 더불어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강지환은 미니수목드라마 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받았다. 2관왕을 차지한 배우들만 무려 6명이다. 그 와중에 3관왕도 탄생했다. 바로 한지민이다. 한지민은 ‘경성스캔들’로 미니수목드라마 부분 우수연기상, 네티즌상,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2007 KBS 연기대상의 최대 수혜자다. 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수상을 3부분으로 나눠 상을 배분했다. 미니수목드라마, 주간연속극, 일일연속극으로 나눠 우수상을 시상했다. 베스트커플상 네트즌상 인기상 등등 상의 카테고리도 많아 공동수상의 시발점을 제공했다. ‘상?’ 상의 가치는 희소성이다. 물론 각 방송국에서 스타들을 모시기 위해 갖은 상의 목록을 만들어 자리해 주십사 하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상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배우들만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있다. 시상식의 묘미를 즐길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시청자다. 마지막 축제의 한마당, 상의 남발은 축제를 지루하게 한다. 시상의 의미를 반감시킨다. 많은 배우들을 불러모아 특별한 무대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그 이벤트가 상의 남발로 대체되는 것은 시상의 재미를 버리는 일이다. 배우들 또한 수상을 전제로 할 때만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오만을 버릴 때다. 배우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우선이겠지만 그들을 바라봐 주는 시청자들이 있음이 기본이다. 한 해 동안 많은 드라마와 많은 스타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없었다면 스타도 배우도 없다. 한 해 동안 방송된 드라마를 결산하는 축제의 한 마당에 꼭 수상만이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상을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연기를 바라봐 준 시청자들과 함께 기꺼이 축제의 한마당에 나서는 것도 미덕이다. crystal@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관왕을 차지한 최수종 강지환 이수경과 3관왕의 한지민.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