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권위와 공정성의 갈등
OSEN 기자
발행 2008.01.01 09: 03

2007년 한해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하고 정리하는 영화와 드라마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영화 시상식은 약간의 공정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권위를 유지했고, 방송 시상식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고른 활약에 공동 수상과 다관왕을 통해 후한 점수를 줬지만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렸다. 영화 시상식은 시상식마다 각각의 심사위원의 평가에 의해 수상자가 가려진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반드시 한명 혹은 한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상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때론 의외의 수상자가 선정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지만 그건 영화 시상식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크게 부각이 되지는 않는다. 때론 공동 수상이 있지만 거의 드물거나 한 작품에서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봤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상 하나에 시상자 한 명을 고수하면서 상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 시상식은 기존에 있었던 수상 부문을 제외하고 매회 새롭게 제정되는 상이 그리 많지 않다. 혹여 새로운 상이 생긴다고 해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거나 재평가 되어야 하는 작품과 영화인들을 위한 특별상 성격으로 1회성에 그친다. 상을 남발하지 않음으로써 수상자들에게도 수상자 선정은 물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영화 시상식과 달리 방송 시상식은 최근 들어 공동수상과 다관왕이 남발하고 있다.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을 시작으로 31일 KBS 연기대상과 SBS 연기대상 모두 공동 수상이 당연하다는 듯 시상자들의 입에서 최소 2명 또는 커플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상을 수상한 당사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동수상이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면 모를까 매 부문마다 공동 수상자가 속출하니 시상식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다관왕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 배우가 다관왕을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새로이 신설된 상이 많아진 것에 기인한다. 새로운 부문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수상자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상을 나눠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겹치기 수상이 가능함으로써 다관왕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상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다보니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공동수상은 공정성 문제에 있어 한시름 덜 수 있지만 그만큼 상의 가치와 시상식의 권위가 실추된다. 2007년 ‘위기’와 ‘침체’라는 말이 많았던 영화 시상식은 역경 속에서도 그 권위를 유지한 반면 방송 시상식은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 공동수상과 다관왕을 남발했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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