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10억 원(KIA의 해태 인수가)이었던 한국 프로야구 야구단의 가치가 6년이 지난 현재는 60억 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구단 운영비는 6년 전보다 대폭 증가했다. 그 탓에 적자액은 늘어나고 구단 값어치는 떨어졌다. 최근 통신 대기업인 KT가 자금난에 처한 현대 유니콘스를 60억 원에 맡아 서울 연고 구단으로 재창단을 추진하면서 ‘헐값’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구단들은 헐값이라는 주장인 반면 야구단 인수 후보 기업들은 ‘공짜로 줘도 안 한다’며 프로야구단 가치를 쳐주지 않고 있다. ▲몸값 거품은 구단들의 자업자득 지난 90년대 중반만 해도 800억 원을 호가하던 서울 구단의 가치가 왜 이토록 떨어졌을까. IMF 이전 대우그룹이 해태 타이거즈와 800억 원에 매입협상을 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나 2000년대 들어 부쩍 늘어난 선수 몸값이 원인이 돼 구단 가치가 60억 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1999년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도입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고 구단들의 운영비도 커졌다.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구단들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를 보면 자업자득에 가깝다. 구단들은 ‘성적지상주의’에 목을 매고 선수들에게 많은 투자를 했다. 해마다 FA 대박 계약이 터져 나왔고 억대 연봉 선수들이 쏟아졌다.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선수 자존심’을 세워준다며 억대 몸값을 안겨주었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메리트 시스템까지 가동하며 뒷돈을 안겨주었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적에 걸맞는 연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장논리를 뛰어넘는 몸값은 결국 시장 전체에 부작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선수 몸값이 치솟고 있었지만 구단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선수 몸값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불투명한 회계로 ‘샐러리캡(연봉총액제)’을 구단 스스로 도입하지 않는데다 ‘사치세(일정 수준 이상의 팀 연봉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 제도마저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가동하지 않고 있다. 매년 운영비는 늘어나고 있으면서도 신예 선수들에게도 ‘몇 년차 최고 연봉’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며 돈다발을 안겨주고 있다. 신예 스타들은 한두 해 호성적을 올리면 최저 연봉(2000만 원)에서 억대로 진입하는 현실이다. ▲빅리그의 경우 3년차까지는 헐값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예 스타 선수들이 3년차 때까지는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다 해도 최저 연봉(35만 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풀타임 빅리거로 3년을 채운 뒤 4년차가 될 때까지는 선수 몸값을 묶어 놓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리거들은 3년을 풀타임으로 채워야만 4년차 때부터 연봉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일예를 들면 빅리그 좌완 특급인 돈트렐 윌리스(25.디트로이트)가 있다. 윌리스는 2003년 소속팀 플로리다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시즌 14승으로 신인왕에 오르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2004년 연봉은 최저연봉(당시 3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인상된35만 달러였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2005년에는 소폭 인상된 37만 달러를 받았다. 2005시즌에는 22승을 기록, 사이영상급 성적을 올렸다. 3시즌 연속 풀타임 빅리거로 활동한 덕분에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획득, 4년차인 2006년 연봉이 435만 달러로 치솟았다. 2007년은 645만 달러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종료 후 플로리다에서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된 후 ‘3년 2900만 달러’라는 대박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서는 3년차까지는 철저하게 최저 연봉 수준에서 묶어둔 뒤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획득한 4년차부터 잘하는 선수에게는 연봉 대박을 안겨주는 것이다. 구단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는 선수는 3년차부터 다년 계약을 제시하며 일찌감치 묶어두거나 6년을 채워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전에 다년 계약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한두 해 반짝 성적만 놓고서는 연봉 대폭 인상을 해주지 않고 뒷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조정신청 자격을 얻은 선수와 구단간의 몸값 협상이 결렬되면 연봉조정신청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액수로 결정난다. 합리적인 연봉체계로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상승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실행하고 있는 제도가 ‘연봉조정신청 자격제’인 것이다. 신예들의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특급 FA 몸값이 한 구단 전체 인수가인 60억 원을 뛰어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한 제도이다. 물론 FA 자격 획득 기간이 미국보다 길고 도중에 군복무도 해결해야 하는 한국적인 상황을 감안한 ‘한국적 연봉조정신청 자격제’를 실시해야 한다. FA 자격획득 기간을 줄이는 등 선수들에게도 정당한 대가를 주는 방안과 함께 연봉조정신청 자격제 도입 등 전체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제도 정비에도 구단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야할 때이다. 그래야만 땅에 떨어진 프로야구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며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선수단 운영 지출 규모를 줄이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입을 증대시켜 적자액을 대폭 감축하는 데 구단들이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