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몇 년차 최고연봉’이 유행이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 현대 유니콘스가 굴욕적인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는 마당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 거품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자존심 운운하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행태들이다. 하지만 이 선수만큼은 예외로 두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뚜렷한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이 주인공이다. 2008년은 류현진에게 어느덧 3번째 시즌이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첫 해부터 30경기에 등판, 201⅔이닝을 던져 18승6패1세이브 방어율 2.23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2년차였던 지난해에도 역시 30경기에 등판해 무려 211이닝을 소화, 17승7패 방어율 2.94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지난 2년간 류현진이 기록한 완투경기만 해도 무려 12회. 2년 연속 6회 완투를 작성했다. 류현진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투수들이 지난 2년간 기록한 완투경기는 22회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완투를 기록한 투수가 문동환의 5회였다. 게다가 지난 2년간 류현진보다 많은 투구이닝을 기록한 투수도 다니엘 리오스가 유일하다. 지난해 류현진은 데뷔 첫 해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2006년 WHIP(1.05)·피안타율(0.221)에 비해 지난해 WHIP(1.25)·피안타율(0.251)은 분명 높아진 수치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았다. 힘으로만 윽박지르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타자를 다룰 줄 아는 투수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첫 해에는 무조건 계속 세게 던지고 윽박지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타자에 따라 페이스를 조절하며 맞혀잡는 데 신경쓰다 보니 체력적으로 편해졌다. 유인구를 던지기보다는 스트라이크를 던져 맞혀 잡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류현진은 당당히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되며 큰 경기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투수임을 입증했다. 선발과 구원으로 한 차례씩 등판한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1홀드 방어율 0.90으로 맹활약했다. 2경기에서 12안타·4볼넷을 허용했지만, 놀라운 위기관리능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3푼3리에 불과했다. 칭찬에 인색한 삼성 선동렬 감독조차 “어린 투수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정말 좋다. 구위도 좋지만 제구력은 더 좋아 보인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준플레이오프를 “류현진이 한 단계 성장한 계기”라고 규정지었다. 시즌 종료 후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첫 경기인 대만전에서도 선발승을 따내며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류현진은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로 2년차 연봉 1억 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3년차 최고연봉인 1억8000만 원에 2008년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팔꿈치 정밀검진 결과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제 어느덧 3년차가 된 류현진에게 1억8000만 원이라는 연봉의 무게는 곧 에이스로서의 자각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가는 경기마다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류현진의 심장은 이미 에이스라는 화석으로 굳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