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플' 아나운서, 왜 보릿자루 신세됐나
OSEN 기자
발행 2008.01.02 10: 43

'얼음공주' 노현정 시절의 아나운서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을까. KBS 2TV의 화요일 간판 예능프로 '상상플러스'(이하 상플)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중이다.
한 때 시청률 20%를 웃돌며 고공비행을 했던 '상플'의 인기는 노현정이 결혼과 함께 떠난 이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일 새해 첫 방송에서는 AGB닐슨 집계 결과 전국시청률 11.1%에 머물렀다.
사실상 메인 MC 역할을 하고 있는 이휘재 탁재훈 신정환의 트리오 콤비가 여전히 입심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을 느끼고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 등 새 코너를 삽입하는 처방을 반복했음에도 별 무소득이다. 왜?
'상플'의 묘미는 점잖게 우리 말을 가르치는 노현정 아나운서가 안방마님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좌 탁재훈, 우 이휘재 콤비의 폭소탄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있었다. 전성기에는 수많은 누리꾼들이 인터넷을 통해 간접 참가하며 그 재치를 뽐냈고 연예계 스타들이 앞다퉈 출연을 원할 정도였다.
김수로의 꼭지점 댄스가 터져나왔을 때야말로 '상플'의 정점 시대.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탁재훈도 '상플'에서 자신의 숨겨놓았던 끼를 마음껏 발산한 덕분에 톱스타로 자리했다. 상승세는 거기까지.
노현정이 떠난 이후 MBC '무한도전' 등 숱한 예능 프로들이 지명도를 올려가는 와중에 오히려 '상플'은 돛대 꺾인 배마냥 망망대해를 떠돌기 시작했다.
문제는 바통을 이어받은 백승주, 최송현이 기존의 탁재훈-이휘재-신정환 트리오와 제대로 하모니를 내지 못하는 데서 터져나왔다. 백승주 아나운서가 뚜렷한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한채 도중하차했고 최송현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해 인형마냥 얼굴마담 역할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임자 노현정이 워낙 이미지를 굳혀놓은 자리인 탓에 백승주, 최송현이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지만 기존 멤버들이 '웃음판'에 끼어들 여지를 거의 주지않는 점도 아쉬움이다. '상플'을 '상플'답게 조율해야할 아나운서 자리가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변한 게 결정타였다.
'얼음공주'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노현정처럼 최송현 아나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하루빨리 설정하는 게 급선무다. 요즘 대세는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 역할을 함께 하는 아나테이너를 강조하는 중이고, 예능프로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라면 고정 게스트를 압도하는 순발력과 적극성이 필요하기 때문.
물론 가장 큰 난관은 '텃세'다. 강수정 김성주 등 예능 위주로 뛰다가 프리랜서로 독립한 아나운서들이 이구동성으로 '개그맨 등 연예인 위주의 예능프로에서 아나운서들이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던 배경이다.
카메라를 한번 이라도 더 받고, 말을 조금 이라도 많이 해야 버틸수 있는 예능 프로 현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노현정의 '상플'에서 탁재훈 이휘재 신정환의 '상플'로 어렵게 바뀐 자리를 쉽게 내주고 싶지않은게 기존 멤버들의 속내일 터.
안방마님 아나운서와 연예인 고정 MC들의 적절한 힘의 분배로 인기를 모았던 '상플'이 점점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이유는 바로 그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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