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 26년만에 되살아난 '김득구 악몽'
OSEN 기자
발행 2008.01.02 13: 52

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최요삼935)이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뇌사로 최종 판정을 받았다. 지난 1982년 김득구 사고 이후 26년만에 악몽이 되살아난 셈이다. 복싱은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해 승리를 쟁취하는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의 경우에는 상대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글러브와 헤드기어 그리고 마우스 피스를 착용하며 불의의 사고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지만 프로는 선수 보호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사고가 잦았고 그것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죽음은 바로 한국인 김득구. 1982년 세계 복싱계는 한 복서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그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15R)에서 한국인 도전자 김득구는 챔피언이었던 레이 맨시니에게 14회 불의의 KO패를 당한 후 뇌를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4일 만에 숨졌다. 이 사건 이후 세계복싱계는 15회전으로 치러지던 세계타이틀전을 12회로 줄이고 '스탠딩 다운'과 '레퍼리 스톱(RSC)'과 같은 선수보호 대책을 도입했다. 그리고 경기 전 선수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의무화했다. 김득구의 사망이 복싱계에 경종을 울린 이후에도 많은 선수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한국 선수로는 1995년 9월 이동춘이 일본에서 사망했다. 이동춘은 1993년 한국 밴텀급 챔피언을 지낸 뒤 세계타이틀에 두 차례 도전했다가 실패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밴텀급 챔피언이 됐고 6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95년 2월 7차 방어전에서 패한 뒤 같은 해 9월 타이틀 탈환에 나섰다가 경기 중 뇌충격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 또 2007년 5월에는 송일우가 슈퍼페더급 논타이틀전에서 마이클 코레아에게 6회 1분55초 만에 KO패한 후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다행히 의식을 회복해 목숨을 건진 바 있다. 최요삼이 쓰러진 후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최요삼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설과 제대로 된 의무 검진없이 경기에 출전하는 등 엄격한 제한없이 마구잡이로 링에 오른 게 아니냐는 추측 등이다. 결국 그동안 만연했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도 볼 수 있다. 10bird@osen.co.kr 최요삼이 순천향병원에 입원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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