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쁜 일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복싱을 한 번 더 생각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링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비운의 복서' 최요삼(35, 숭민체)이 결국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다.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은 2일 낮 12시 45분 최요삼 가족 측에 뇌사가 확정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모친 오순이(65) 씨를 비롯한 최요삼 가족들은 오열을 터뜨렸지만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최요삼 측은 '남을 돕고 살고 싶다'는 선수 본인의 평소 뜻에 따라 장기이식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날 오후 8시부터 수술에 들어가 공식 사망 시간을 자정 이전으로 맟출 계획이다. 이처럼 사망 일시를 1월 2일에 맞추려는 이유는 11년 전 역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부친 고 최성옥 씨의 기일과 겹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산병원을 찾은 복싱인들은 "온 국민들이 한 뜻으로 쾌유를 바랐는데 속상하다"면서 "최요삼이 한국 프로복싱의 중흥을 위해 한 걸음 더 뛰다 이런 변을 당했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왕년의 챔피언 홍수환 씨는 "최요삼의 뜻을 위해서라도 복싱 선후배들이 최선을 다해 다시 한 번 부흥시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요삼의 스승 조민 숭민체육관장도 "사랑하는 제자가 저런 모습으로 누워있어 안타까웠는데 장기기증이라는 좋은 일을 하고 세상을 뜨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한편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속내를 밝혔다. K-1에 진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말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던 최용수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꼭 무슨 사건이 터져야 한바탕 관심이 부는데 최요삼의 뜻대로 한국 복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용수는 이어 "지금은 생계를 위해 격투기에 몸담고 있지만 난 영원한 복싱인"이라며 "언젠가 반드시 한국 복싱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용수처럼 격투기에 진출한 지인진도 "최요삼이 원하던 대로 남을 돕게돼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 역시 반드시 한국 복싱을 살리기 위한 모든 자리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yoshike3@osen.co.kr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 씨(왼쪽)가 2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조민 숭민체육관장과 최요삼의 뇌사 판정과 관련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