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그토록 바랐던 단 1%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WBO 인터콘티넨탈 챔프 자리를 지키고 링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비운의 복서' 최요삼(35, 숭민체)이 결국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다. 2일 낮 12시 45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은 뇌사판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최요삼이 뇌사 상태라는 소견을 공식 발표했다. 최요삼이 앞서 입원했던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1차 뇌사 판정을 받았던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막상 최종 판정을 전해들은 최요삼 가족들은 끝내 오열을 터뜨렸다. 그동안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들을 상대하던 최요삼의 매니저이자 친동생인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도 참았던 눈물을 보이며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래도 최요삼의 가는 길은 결코 외롭진 않았다. 그로 인해 9명의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평소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최요삼의 뜻에 따라 모친 오순이(65)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장고 끝에 최요삼의 장기를 적출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의정부 자택에서 발견된 최요삼의 일기장에는 '남을 돕고 싶다' '피 냄새를 맡고 싶지 않다' '매 맞는 게 두렵다'는 내용이 쓰여있어 온 국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쓰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는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 아산병원은 이날 오후 8시께 최요삼의 장기를 적출하는 수술에 들어설 예정이다. 대동맥을 결절하고, 마지막 숨을 불어넣고 있는 산소 호흡기를 떼는 순간이 공식 사망시간. 모친 오 씨의 뜻에 따라 2일 자정까지는 모든 수술을 완료키로 했다. 사실 1월 2일은 최요삼 가족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11년 전인 1997년 역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최요삼의 부친 고 최성옥 씨의 기일이기 때문. 장가도 가지 못한 아들이 제삿밥이라도 먹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최경호 대표는 "아버지의 기일에 맞추면 혹시 제사라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어머님의 뜻이 완고하셨다"면서 눈가를 손수건으로 훔쳤다. 정말 최요삼은 대단했다. 생활고로 동료, 선후배들이 하나둘 복싱계를 등질 때 마지막까지 권투에 대한 애착을 보인 그였다. 비극이 벌어진 지난해 12월 25일, 최요삼은 헤리 아몰과 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전에서 한국 복싱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마지막 공이 울리는 순간까지 정신을 놓지 않았다. 턱에 강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허용하고 다운됐던 최요삼은 곧바로 일어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한 뒤 공이 울린 뒤 쓰러져 지금에 이르렀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최요삼이 다시 한 번 일어서길 바랐지만 결국 가능성이요, 한순간 꿈에 그치고 말았다. 대신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을 부여했다. 짧았지만 굵은 산 최요삼. 비록 눈을 감게 됐지만 세상에 아름다운 한줄기 빛을 심어줄 수 있었기에 떠나는 길은 결코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yoshike3@osen.co.kr 장례를 준비 중인 최요삼 가족의 손에 들린 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벨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