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진출은 의미가 없습니다.".
2년 만의 스타리그 귀환이지만 '퍼펙트 테란' 서지훈(23, CJ)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보다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그것은 '프로게이머' 명분을 살리고 싶다는 서지훈의 강력한 의지였다.
2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듀얼토너먼트 D조 승자전서 '물량의 달인' 도재욱을 꺾고 2005년 12월 열렸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이후 2년만의 스타리그 귀환에 성공한 서지훈은 "올라갔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리그에 올라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별로 없다. 성과 없는 진출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로서 명분을 살리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그는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지만 성적에 얽매이지는 않겠다. 최선을 다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여준 서지훈의 경기력은 단단함 그 자체. 체제 전환의 실수로 불리해진 경기를 침착한 대처로 역전에 성공했고, 스타리그 진출이 걸려있던 중요한 경기서는 상대가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치즈러시로 2년만의 화려한 스타리그 복귀를 신고했다.
"첫 경기는 흐름을 잘못 타는 바람에 유리했던 경기를 반반 상황으로 만든 경기였다. 아주 불리한 경기는 아니었다. 마지막 레이스 사용은 연습때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었다. 승자전은 즉흥적으로 치즈 러시를 감행했다. 팀에서 (김)성기가 하는 것을 보고 옆에서 배웠다. 상대 앞마당 넥서스를 깨는 순간 성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과론적으로 성기 덕을 많이 봤다."
서지훈의 이번 스타리그 복귀는 무려 2년만. 서지훈의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경기장에 온 일부 팬들은 눈에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서지훈의 복귀를 환영했다. 서지훈 역시 이번 스타리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약속을 했다.
"많은 팬들이 스타리그가 내가 우승을 한 대회라 의미를 크게 두시는 것 같다. 나도 스타리그를 소홀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스타리그 뿐만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해서 팬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서지훈은 음력 1984년 12월 20일 생으로 쥐띠 프로게이머. 쥐띠해인 무자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올해가 쥐띠해라고 하는데 그 점에 의의를 두지는 않는다. 내 목표는 항상 즐겁게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다. 올해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한다'고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서지훈은 스타리그 목표에 대해 "일단 내가 갈 수 있다는 8강은 본능적으로 올라가고 싶다. 그 다음은 4강에 오르는 것이다. 개인리그 우승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일단은 팀이 잘해야 한다. 팀에 도움이 되고나서 스타리그서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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