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 한화와 '아쉬운 작별'
OSEN 기자
발행 2008.01.03 08: 5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아쉬운 작별이다. 지난 2일 한화는 새 외국인선수로 덕 클락과 브래드 토마스 영입을 발표했다. 재계약을 포기한 제이콥 크루즈(삼성)를 대신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타자인 클락의 영입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 한화는 일찌감치 크루즈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재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투수인 토마스의 영입은 다소 의외였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해 2008년에도 안고 갈 것으로 보였던 세드릭 바워스(30)와 재계약 포기를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토마스의 영입으로 세드릭과 한화의 인연은 마침표를 맺었다. 하지만 세드릭은 한화에 매우 특별한 외국인 투수로 기억될 선수다.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데뷔한 세드릭은 28경기에 등판해 158⅓이닝을 던져 11승13패 방어율 4.15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각 팀에서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리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매우 특별했다. 11승은 세드릭 개인적으로도 데뷔 후 최다승이었지만 한화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이기도 했다. 세드릭 이전까지 한화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외국인 투수는 전무했다. 외국인 타자는 잘 뽑았지만 외국인 투수와는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던 팀이 바로 한화였다. 종전 한화 외국인 투수 최다승은 2001년 브랜든 리스의 7승. 2002~2003년 2년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파나마 출신 레닌 피코타는 2년간 9승12패29세이브 방어율 3.63을 기록했으나 9회만 되면 살떨리는 애간장 피칭으로 소방수보다는 방화범 이미지가 진하게 남아있다. 사실 세드릭도 처음에는 믿음이 떨어졌다. 한국에 오기 전인 2006년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1군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 2군에서 2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다. 또한, 한화 선발진에는 류현진과 송진우라는 왼손 투수들이 있었고 전체적인 마운드도 탄탄한 편이었다. 굳이 투수가 필요한 입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송진우가 부상으로 낙마하고 시즌 중반 문동환마저 전열에서 이탈한 선발진에서 세드릭의 존재 가치는 더욱 빛났다. 세드릭은 류현진 다음으로 한화에서 가장 많은 선발등판과 투구이닝을 소화한 투수였다.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는 점이 팀에는 큰 도움이 됐다. 결정적으로 시즌 막판 팀을 위해 불펜 등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코칭스태프에 내비칠 정도로 외국인선수답지 않게 희생정신이 강했다. 실제로 세드릭은 익살스런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내기도 했다. 세드릭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웃고 우는 에피소드도 많이 낳았다. 시즌 전 26경기에 선발등판하겠다는 의지로 등번호 26번을 단 세드릭은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로부터 공을 받자마자 바로 투구하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4월14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는 “팬들이 나를 제이 데이비스로만 알아본다. 첫 승을 올린 후 기자회견을 열테니 준비하라”고 큰소리를 치고도 패전투수가 되자 경기 후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전반기 막판에는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오히려 “구단의 결정을 이해한다. 감독께 부담 갖지 말고 결정하라고 전해달라”고 말해 김인식 감독의 마음을 바꿔놓기도 했다. 2007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104개)을 기록한 세드릭은 “볼넷을 많이 내줘 야수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했지만 대신 9이닝당 탈삼진은 2007년 선발투수로만 활약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7.96개를 잡아내며 야수들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세드릭과 한화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비록 아쉬운 작별을 고하게 된 세드릭이지만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지운 대전 마운드의 흑진주로 팬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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