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7년 한화는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지은 팀이었다. 세드릭 바워스와 제이콥 크루즈는 각각 투타에서 평균 또는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한화는 과감하게 외국인선수 2명을 전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면에는 베테랑 구대성과 이영우의 부상 재활에 따른 장기 결장이라는 이유도 있다. 2008년 한화의 외국인 듀오는 투수 브래드 토마스(31)와 외야수 덕 클락(32)이다. 토마스(192cm·94kg)와 클락(189cm·90kg) 모두 한 덩치 하는 선수들이다. 2008년 한화의 성패는 이들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 투수 브래드 토마스 토마스는 호주 출신 왼손 강속구 투수다. 지난 1997년 호주대표팀에 선발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7년 야구월드컵 등 비교적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자랑한다. 또한, 메이저리그 3년과 마이너리그 11년을 포함해 미국에서만 무려 14시즌을 보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미네소타 자체 유망주 1위에 올랐으며 2000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5번째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야구월드컵에서도 시속 140km대 중후반의 힘있는 공을 뿌렸다. 한국과의 5·6위 결정전에서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탈삼진 1개 포함 무실점으로 막았다. KIA에 입단한 나지완이 삼진의 주인공이었다. 토마스는 세드릭처럼 일본 프로야구 경험도 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활약한 바 있다. 데뷔 첫 해 4차례 선발등판 이후 2년간 줄곧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5승6패2세이브15홀드 방어율 4.21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제구력이 좋지 못한 투수라는 오명을 얻었다. 94이닝 동안 무려 62개의 볼넷을 허용, 9이닝으로 환산하면 경기당 5.94개에 이른다. 홈런은 단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피안타율은 2할8푼8리에 달했다. 94이닝 동안 기록한 탈삼진 94개에서 나타나듯 공에 위력은 있었으나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문제였다. 지난해에는 트리플A에서 34경기(15선발)에 등판, 8승6패2세이브 방어율 4.87을 기록했다. 야구월드컵에서는 5경기 1승 2세이브 방어율 2.08. 그러나 4⅓이닝 동안 5안타를 맞았다. 한화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구대성의 빈 자리를 메울 심산으로 토마스를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대성은 2008년 전반기 출장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복귀 이후 실전 적응기간을 고려할 때 복귀까지 소요시간은 더 오래 걸릴지 모른다. 토마스는 지난 몇 년간 줄곧 불펜에서 활약했다.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렸다.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 투수라는 이점에 다소 특이한 딜리버리로 타자들을 현혹할 수 있을 전망. 그러나 한국식 스트라이크존과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한국타자들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볼넷을 남발하는 ‘하얀 세드릭’ 또는 ‘제2의 레닌 피코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한화 포수들의 블로킹 능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김인식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도 있다. ▲ 타자 덕 클락 한화는 크루즈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데뷔 첫 해부터 리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펼친 크루즈였으나 시즌 막판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과 외야 수비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더이상 함께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역설적이게도 한화가 필요로 한 것은 제이 데이비스 같은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데이비스보다 더 젊고 싱싱한 선수를 원했다. 이미 2년 전부터 점찍어둔 선수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클락이었다. 클락은 지난해에도 한화가 크루즈보다 먼저 영입을 고려한 선수였다. 그러나 클락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아 영입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고초려’ 끝에 클락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클락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만 10시즌을 뛴 우투좌타 베테랑 외야수다. 메이저리그는 2005년과 2006년을 통틀어 14경기를 뛴 것이 전부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2할8푼9리·97홈런·590타점. 최근 3년간 트리플A 성적은 연평균 타율 2할9푼3리·14.3홈런·65.0타점이다. 3년간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도 0.816으로 준수한 편.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한 클락은 대신 지난 3년간 평균 24.7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준족이다. 외야 수비도 전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다. 타격밖에 기대할 것이 없었던 크루즈에 비해 클락은 보다 더 쓰임새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베테랑 외야수 이영우가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 출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클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을 떠나 야구를 하는 것이 처음인 클락에게는 적응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전 크루즈도 아시아 야구 경험이 없었지만 데뷔 첫 해부터 한국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됐다. 그러나 크루즈보다도 훨씬 더 화려한 경력 또는 마이너리그 성적을 자랑한 트로이 오리어리, 알 마틴, 마이크 서브넥 등은 한국에서 모두 실패했다. 매일 경기에 출장하는 야수는 리그에 대한 적응이 최대 관건이다. 홈구장으로 사용할 대전구장이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작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장타자로 변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 홈런왕 래리 서튼도 미국에서는 중장거리 타자였으나 한국에서는 거포로 변신했다. 그러나 과연 클락이 크루즈만큼 승부처에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요소가 될 것이다. 브래드 토마스-덕 클락=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