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빠지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선동렬 수석코치의 사퇴로 한국 야구대표팀은 가장 큰 무기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후임 투수코치를 비하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투수를 보는 안목이나 기용술에 있어서 선 코치를 대체할 야구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퍼펙트 4강 당시에도 김인식 감독이 중심을 잡고 최종 결단을 내렸지만 투수 부문을 총괄한 주역은 선 코치였다. 원래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제1순위는 선 코치였지만 본인의 극구 사양으로 김경문 감독이 중책을 맡게 됐다. 그리고 김 감독은 선 코치에게 투수 부문 전권을 위임하며 사실상 대표팀을 투톱 체제로 분할 운영하는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은 선 코치라 하지 않고 "선 감독"이라 부를 정도였다. 선 코치 역시 훈련장에서 기자들과 농담조차 주고받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대언론 인터뷰를 피하면서 김 감독을 배려했다. 이런 선 코치의 존재가 있었기에 김 감독은 타자 부문과 매스컴 대응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보낼 선발조차 마땅히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 코치는 대만전 승리와 일본전 대접전을 가져오는 발군의 투수 운용술을 선보였다. 이런 선 코치가 대표팀에서 하차함에 따라 마운드의 그랜드 플랜을 짤 사람이 사라졌다. 이제 김 감독이 투수 선발과 운용까지 책임을 짊어져야 할 판이다. 서재응 김광현 김선우 구대성 손민한 등이 가세해도 적재적소에 전력을 배치할 선 코치가 없기에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재능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이미 마음을 굳힌 선 코치를 다시 불러올 순 없는 노릇이다. 세계예선전이 8개국 중 3등 안에만 들어가면 베이징행 티켓이 주어지고, 객관적 전력상 한국이 강하다는 중평이 있지만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그 어떤 선수가 빠지는 것보다 선 코치의 공백은 커 보인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