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안정환(32)이다. '무적 선수'란 굴레를 벗어버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2년 여 만에 똑같은 악몽을 다시 꾸게 생겼다. 안정환은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이후 소속팀을 찾지 못해 약 6개월간 방황했고, 이후 간신히 차범근 감독의 러브콜로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이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일단 수원은 안정환과 재계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다. 대대적인 연봉 삭감을 천명한 수원은 약 10억 원(추정)이 넘는 안정환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정환은 지난 시즌 7년 만에 복귀한 국내 무대에서 25경기에 나섰지만 5골에 그쳤다. 어시스트는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신인왕' 하태균이 기록한 18경기 출장, 5골-1도움 기록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때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친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치고는 매우 저조하다. 물론 안정환에게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국내 구단들도 있다. 부산 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예. 황선홍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부산은 수원처럼 선수단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할 계획이다. 안정환이 '부산발 축구 중흥'을 일으킬 적합한 카드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여유 자금이 없다. 한 국내 에이전트는 "부산이 안정환을 영입하고 싶어하지만 제시한 연봉이 4억 원 정도였다"면서 "기타 수당을 포함해도 안정환 측이 희망하는 10억 원에는 한참 못미쳐 협상이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최근 축구계 핫이슈로 떠오른 중국 슈퍼리그 진출은 현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창사 진더가 50만 달러를 안정환에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몸값도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데다 자존심이 센 안정환이 인지도가 매우 낮은 중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한편 일본 J리그 무대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시미즈 S펄스와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지에서 활약한 바 있는 안정환도 J리그 재진출에 은근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여전히 몇몇 J리그 구단이 안정환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다만 수원보다 몸값이 훨씬 적기 때문에 선수 본인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국내 이적시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안정환은 이달 말까지 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쳐야 올 시즌 뛸 수 있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최악의 상황도 충분히 예견 가능한 시나리오다. K리그 무대와 J리그는 몸값 때문에, 중국 슈퍼리그는 자존심 때문에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안정환이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안정환의 진로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