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도 대세는 스피드 야구?
OSEN 기자
발행 2008.01.04 09: 27

[OSEN=이상학 객원기자] 대세는 또다시 스피드 야구가 될 것인가. 2007년 프로야구의 대세는 스피드 야구였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과 SK는 팀 도루에서 1·2위에 오르는 등 시즌 내내 뛰고 훔치는 달리는 야구를 펼쳤다. 사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봤을 때 대세는 아니었다. 2007년 경기당 평균 도루는 2.24개로 지난 26년간 기록한 경기당 평균 도루 2.71개에 비해 뒤떨어졌다. 하지만 스피드 야구에는 비단 도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베이스씩 전진하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은 2007년 프로야구의 가장 큰 화두였다. SK와 두산의 팀 성적도 이 같은 추세를 그대로 반영했다. 벌써부터 2008년 프로야구의 대세도 스피드 야구가 되고 있다. 스피드 야구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4개 팀 가운데 3개 팀이 도루 부문 4위 내에 들었다. 삼성은 극악의 빈타에도 팀 도루 부문 4위에 올랐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가능성을 지폈던 LG도 팀 도루 3위에 오르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그러나 나머지 4개 팀들은 도루가 적었다. 도루 최하위 한화는 특유의 장타력으로 만회하며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발야구에 호되게 당했다. 하위권 현대·롯데·KIA는 팀 도루에서도 5~7위 머물렀다. 도루성공률에서는 팀 순위대로 6~8위를 공유했다. 굳이 수치상으로만 설명하지 않아도 현대·롯데·KIA가 베이스러닝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은 야구팬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바다. 공교롭게도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모두 도루 부문에서 1·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는 프로야구 최초의 일이기도 하다. 비단 도루만 한 것이 아니라 베이스러닝이 고급스러워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발야구에 눈을 뜬 두산이나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보다 더 세련된 베이스러닝을 펼치는 삼성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조련에 의해 선수전원이 한 베이스씩 더 노리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SK는 그라운드 안에서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반면 하위권 팀들은 발이 제대로 묶였다. 스피드 야구가 대세가 된 데에는 지난 몇 년간 또 하나의 흐름이 된 투고타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날로 위력을 더해가는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은 발전이 더뎠다. 특히 장타자들이 눈에 띄게 감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팀들은 외국인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적응기간이 필요한 타자보다는 검증된 투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투고타저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투고타저의 영향과 장타력의 감소로 인해 스피드 야구가 급부상될 수 밖에 없었다. 두산·SK·삼성은 ‘스피드 야구’를 재빨리 접목한 일종의 얼리어댑터들이었다. 2008년 거세지는 스피드 SK 김성근 감독은 두산의 야구에 대해 “획기적인 야구”라고 평가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적극적으로 달리는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김 감독의 팀들이 스피드 야구를 계속해 밀어붙일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나머지 팀들도 스피드 야구에 팔을 걷어붙일 작정이다. 수비·주루코치 출신인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취임일성에서 “선수들이 많이 뛰고 많이 즐기는 야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다 KIA 조범현 감독도 “우리 팀에도 빠른 선수들이 많다. 공격적인 주루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피드 야구를 예고했다. 몇 안 되는 외국인 타자를 뽑는 데에도 각 팀들은 ‘스피드’를 새로운 수요사항으로 꼽고 있다. 스피드 야구와는 매우 높은 벽을 쌓았던 한화는 제이콥 크루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뒤 덕 클락을 영입했다. 크루즈가 주루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인 것과 달리 우투좌타 클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4.7도루를 기록한 준족이다. 마이너리그 10시즌 통산 184도루. 게다가 KIA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잠깐 활약한 내야수 윌슨 발데스와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발데스는 마이너리그에서 9시즌 통산 193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두 선수 모두 거포와는 다소 거리가 먼 타자들. 특히 발데스는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20홈런에 그친 전형적인 단거리 타자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도루 생산을 염두고 두고 뽑은 선수”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구에는 흐름이 있다. 투고타저 흐름이 낳은 또 하나의 흐름이 바로 스피드 야구다. 조범현 감독은 “최근의 야구 추세는 주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야구가 확실히 강하다”며 스피드 야구가 확실한 대세가 되고 있음을 밝혔다. 이 같은 스피드 야구가 대세가 되고 있는 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주자들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펼칠 경우 내야와 외야 가릴 것 없이 수비가 강해야 된다. 내야수들은 타구를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며 외야수들은 한 발짝 빠른 움직임으로써 주자들을 견제해야 한다. 포수들도 머리를 써야 할 일이 더욱 더 많아진다. 지난해 SK와 롯데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점도 바로 이 같은 부분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두산의 발야구를 일컬어 “일본에서도 못 본 야구”라고 했다. 스피드 야구는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흐름이 될 수 있다. 2007년이 시발점이라면 2008년은 스피드 야구의 절정기가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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