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주장' 클레멘스, 팔메이로 전철 밟나
OSEN 기자
발행 2008.01.05 05: 26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금지 약물이 아닌 비타민 주사를 맞았을 뿐이라는 로저 클레멘스(46)의 주장은 마치 어디선가 들은 얘기다. 금지약물 복용설에 휘말린 과거 선수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다. 클레멘스는 AP통신이 소개한 '60분' 인터뷰 요약본에서 "주사를 맞긴 했지만 그것은 스테로이드나 성장호르몬이 아닌 진통제와 비타민 B-12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타민 B-12'는 메이저리그에서 심심하면 써먹는 소재다.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쓸쓸히 사라진 라파엘 팔메이로가 '면피용'으로 내세운 물질이다. 팔메이로는 지난 2005년 8월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올 나타낸 뒤 "4월에 맞은 비타민 B-12 주사가 양성반응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팔메이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그는 은퇴한다는 선언도 없이 조용히 야구판을 떠났다. 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뛴 팔메이로는 동료 미겔 테하다로부터 비타만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하다는 금지약물을 메이저리그에 퍼뜨린 장본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 역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미첼 보고서에 기술됐다. 스테로이드가 아닌 비타민을 복용했을 뿐이라는 클레멘스의 주장은 결국 팔메이로가 2년전 써먹었으나 무위에 그친 소재에 불과한 셈이다. '비타민 B-12를 복용했다는 얘기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에서 의혹을 더욱 키울 발언을 한 것이다. 미첼 보고서 공개 직후 "나는 전 트레이너 브라이언 맥나미로부터 금지약물을 주사받지 않았다"고 한 클레멘스는 이번 인터뷰에서 최소한 '어떤 물질'을 자신의 몸에 주사했음을 시인했다. 맥나미는 이를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클레멘스는 "약물이 아닌 진통제와 비타민에 불과하다"며 방어하고 있다. 미국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잘못을 했으면 순순하게 시인하는 게 나았을 것( ESPN )" "CBS는 클레멘스가 아닌 맥나미와 앤디 페티트를 인터뷰했어야 했다(뉴스데이)" "클레멘스의 부인 시리즈는 큰 소득이 없을 것 (MSNBC )"이라며 그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단 클레멘스는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여론을 상대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데 성공했다. 60분 방송 다음날인 8일 휴스턴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가 이번에는 의심의 눈초리 가득한 기자들을 상대로 어떤 화술을 동원할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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