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둘 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다. 그러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4일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로 외국인선수 조각을 끝마쳤다. 투수 호세 리마(36)와 내야수 윌슨 발데스(30)가 그 주인공들이다. 리마는 메이저리그 통산 89승을 올린 베테랑으로 한때 사이영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메이저리그 특급투수 출신이다. 발데스는 바로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41경기를 뛴 선수다. 최희섭·서재응에 이어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선수들까지 영입한 KIA는 최강의 전력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과연 리마와 발데스가 기대만큼 활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대만큼이나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빛고을 리마 타임? 리마는 한국에 온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13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48경기에서 89승102패 방어율 5.26을 기록했다. 전성기는 1998~199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이었다. 1998년 16승8패 방어율 3.70을 기록하며 풀타임 선발투수로 발돋움한 리마는 1999년에는 21승10패 방어율 3.58로 대활약하며 올스타 선발과 함께 당당히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급작스럽게 쇠락하기도 한 리마는 그러나 2004년 LA 다저스에서 13승5패 방어율 4.0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활은 잠깐이었다. 이듬해인 200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한 리마는 5승16패 방어율 6.99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방어율 6.99’는 메이저리그 역대 시즌서 3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선수 가운데 최악의 기록이었다. 2006년 뉴욕 메츠에서도 4차례 선발등판에서 4패 방어율 9.87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와의 인연이 끊겼다. 메츠로부터 방출된 직후에는 한국행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리마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해 멕시칸리그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는 22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160이닝을 던져 13승4패 방어율 3.60을 기록했다. 다승-투구이닝 1위였으며 방어율은 전체 9위였다. 사실 메이저리그 성적만 놓고 볼 때 리마의 한계는 뚜렷하다. 하지만 타고투저로 유명한 멕시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이 무려 7.27이닝라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 완투경기도 6차례나 있었다. 게다가 윈터리그에서도 3승2패 방어율 2.84로 호투했다. 전성기 시절 무서운 위력을 떨친 체인지업의 위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KIA 구단의 판단이다. 시속 150km 내외를 던지는 강속구가 사라져 국내에서 체인지업이 얼마나 위력을 떨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행에 대한 의지가 매우 남달랐다는 점이 KIA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외국인선수는 적응이 최우선 당면과제다. KIA 조범현 감독은 “리마에 대해 구단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체인지업이 좋고 경험을 갖췄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리마의 구위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과거 탈삼진 머신이었던 리마는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는 160이닝 동안 탈삼진 76개를 잡는 데 그쳤다. 오히려 홈런은 18개나 맞았다. 과거와 달리 탈삼진은 줄었으나 변함없이 피홈런은 많다. 구위 하락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에도 리마는 구위보다는 비교적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수였다. 빠른 구속은 하나의 액세서리였다. 국내 타자들이 여전히 체인지업을 생소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리마의 성공을 기대케 하는 대목. 그러나 국내 리그에 대한 적응이 더디고, 기복 심한 감정이 문제가 된다면 빛고을의 ‘리마 타임’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공수주 삼박자 유격수 KIA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들은 잘 뽑았지만 타자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에도 마이크 서브넥, 스캇 시볼, 래리 서튼 모두 실패했다. 세 선수 모두 장거리 타자로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들이었지만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KIA는 과감하게 스타일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최희섭이라는 웬만한 외국인선수를 능가하는 거포가 있는 만큼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데려온 선수가 바로 내야수 윌슨 발데스였다. 발데스는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백업멤버로 활약하며 41경기를 뛰었다. 2루수·유격수·3루수는 물론 외야수로도 기용됐다. 메이저리그 3시즌 통산 성적은 111경기 타율 2할1푼1리·1홈런·20타점. 사실 메이저리그 성적만 놓고 볼 때 발데스는 전혀 돋보이지 않는다. 물론 9이닝으로 환산할 때 4.45개가 되는 레인지팩터는 수준급 수비력을 보여주는 자료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를 뽑는 데 수비기록은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형편없는 타격을 보여준 발데스지만 그래도 마이너리그 타격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91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20홈런·28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3할3푼3리였으며 장타율은 0.360이었다. 특히 지난해 트리플A 90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4홈런·29타점을 올렸는데, 출루율(0.413)·장타율(0.435)을 합한 OPS는 데뷔 후 가장 높은 0.848을 기록할 정도였다. 발데스는 180cm, 73kg으로 체격조건부터 장타자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똑딱이형 내야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장타력이 조금이나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발데스는 장타를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그동안 외국인 타자는 홈런을 때리는 선수를 택했지만 이번에는 발빠른 내야수로 결정했다. 애버리지와 도루 생산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발데스의 영입은 다분히 수비력 보강이라는 의미도 크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크게 당한 홍세완은 후반기에야 출장이 가능하다. 조 감독은 “이현곤·김종국이 유격수까지 보면 체력 문제가 생긴다. 센터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발데스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는 대개 강점만큼 약점도 뚜렷했다. 파워를 앞세운 장타력은 뛰어나지만, 수비와 주루에서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타자에게 ‘슈퍼맨급’ 활약을 원하는 국내 프로야구 풍토상 장타생산이 잠시라도 멈추면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발데스는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을 하는 선수이며 수비와 주루에서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발데스는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193도루를 기록한 준족이다. 타격이 가장 취약한 유격수 포지션에서 주루에까지 도움이 된다면 또 다른 유형의 틸슨 브리또를 기대해도 좋을 전망. 물론 시멘트 바닥처럼 딱딱한 광주구장의 완전한 개보수는 발데스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다. 광주구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격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발데스 영입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 . .
